“그동안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은 뭘 했습니까. 연구기관의 존립 이유를 결과로 보여주세요.”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올해 들어서만 2차례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해 출연연 관계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같은 질타를 뒷받침하듯 국내 출연연의 연구 실적이 해외 연구기관은 물론이고 국내 대학에 비해서도 뒤처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 정부연구기관, 기술료 수입도 대학보다 적어
세계적인 학술평가기관인 ‘SRG’는 지난달 말 세계 연구기관의 논문 실적을 다룬 ‘SIR 글로벌리포트 2013’을 발표했다. 이 리포트는 국제학술논문인용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퍼스’에 오른 최근 5년간의 논문 수와 우수 논문 비중 등을 토대로 연구기관들의 순위를 매긴 것이다.
한국은 1위 서울대를 시작으로 17위까지 모두 대학들이 차지했다. 출연연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18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20위에 겨우 이름을 올렸다. 전년도 자료와 비교해도 국내 대학들은 순위가 대부분 올랐지만 출연연의 순위는 더 떨어졌다.
이는 세계적 추세와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논문 실적 순위 상위권은 대부분 대학이 아닌 정부연구기관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 1∼3위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중국과학원, 러시아과학원이 수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위권에 정부연구기관은 7곳이 올라 있지만 대학은 미국 하버드대, 일본 도쿄대, 캐나다 토론토대 등 3곳뿐이다.
출연연 설립 취지에 맞춰 학술논문보다는 특허나 기술이전 수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내 출연연은 대학에 밀리는 모양새다. 2011년 출연연의 전체 특허 등록 건수는 4050건으로 대학(7619건)보다 적었고, 기술료 수입도 401억 원으로, 대학이 벌어들인 480억 원보다 적었다.
○ “기형적인 인력 구조 고쳐야”
과거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출연연이 최근 제 역할을 못하는 데에 대해 출연연의 기형적인 인력 구조가 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9∼2012년 출연연의 예산은 4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인력은 2배도 채 늘지 않았다. 오영제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회장(KIST 책임연구원)은 “연구비는 충분하지만 연구 인력 정원(TO)을 묶어둔 정부 규정 때문에 출연연의 인력 구조가 책임연구원이나 선임연구원만 많은 ‘역삼각형’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 과제를 따온 책임연구원 셋 가운데 둘은 혼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여러 명의 대학원생과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교수들과 경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체 인력에서 연구 지원 인력의 비중이 낮아 연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국의 연구소는 연구 인력보다 연구 지원 인력이 더 많지만 우리나라는 연구 지원 인력이 전체의 30% 안팎에 그치고 있다. 대형 장비가 필요한 연구가 늘고 있는데 연구 지원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연구 인력이 장비를 운영하는 데 시간을 뺏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출연연들의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출연연들이 저마다 중소기업과의 기술교류 활성화를 외치고 있는 게 좋은 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래부 산하 17개 출연연 공동으로 한국과학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연구 성과를 사업화해 창조경제 실현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장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출연연에 대한 정책이 바뀌고 눈앞에 보이는 성과만을 요구해 온 측면이 있다”며 “출연연에 박사 후 연구원처럼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기업과 연구 인력을 공유하는 등 인력을 유동적으로 운용하는 정책이 출연연의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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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1 06:12:27
연구기관은 대학으로 일원화하고 정부연구기관은 폐지가 마땅하다.
2014-02-11 07:49:50
실적없고 세금 축내는 정부 연구기관 정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