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아파트에 올인하는 한국 중산층, 그 종착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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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브는 방에서 방으로의 이동만이 무한 반복되는 폐쇄계, 그러니까 환승역이 존재하지 않는 순환선의 세계로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게임: 그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박해천·휴머니스트·2013년) 》

한국인의 아파트 사랑은 유별나다. 인구밀집지역인 도시부터 그 외곽지역은 물론 한적한 시골마을에 이르기까지 아파트가 없는 지역을 찾기가 힘들다. 지난달 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63.1%는 가장 선호하는 주택 유형으로 아파트를 꼽았다. 프랑스 지리학자인 발레리 줄레조는 우리나라의 아파트 단지를 보고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 책은 아파트 구조물 안에서 꿈틀대는 중산층의 욕망과 삶을 다뤘다. 중산층이 되려고 아파트와 벌이는 게임의 현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중산층에 편입되려고 ‘복부인’이 된 평범한 가정주부, 더 큰 아파트로 이사 가려고 자린고비가 돼 가는 소시민 등의 사례를 든다.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박완서 구효서 박민규 등의 소설, 각종 통계와 논문을 바탕으로 상황을 설정해 사회상과 사람의 욕망을 읽어냈다.

한국 중산층의 역사는 곧 아파트의 역사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한국 부동산의 새로운 흐름으로 방 한 칸을 상징하는 ‘큐브’를 지목했다. 또 예전에는 큐브에서 시작해서 집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기회마저도 상실한 시대라고 지적한다.

갇힌 큐브라는 폐쇄된 공간의 이미지는 사회 초년병인 기자에게 충격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아파트에서 독립된 생활을 하는 우아한 직장여성을 꿈꿨던 기자는 서울 마포구의 한 큐브에서 생활하고 있다. 앞으로도 또 다른 큐브로 이동할지언정 아파트로 쉽게 환승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문득, 두려워진다. 오늘날 중산층은 ‘아파트 게임’을 통해 신분상승할 기회라도 얻었는데 현재 2030세대는 게임의 기회조차 봉쇄당한 건 아닐까. 책장은 바삐 넘어가지만 아쉽게도 환승역이 존재하지 않는 순환선을 벗어날 뾰족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아파트게임#박해천#중산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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