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연봉을 받는 최고경영자(CEO)는 돈에 무관심할 것 같다. 하지만 평범한 월급쟁이보다 CEO가 훨씬 더 돈에 민감하고 관심도 많다. 왜 충분하게 돈을 버는데도 불구하고 돈에 더 집착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돈에 부여하는 심리적인 가치가 돈의 출처와 소득의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금액이 같더라도 노동으로 번 급여와 불로소득을 다른 가치로 평가한다. 급여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캐나다 토론토대 등 공동연구진은 소득의 출처와 규모가 사람들이 돈에 부여하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먼저 돈의 출처에 따라 사람들이 돈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정도를 알아봤다. 한 집단에는 일을 잘했기 때문에 상여금을 받았다며 10달러를 줬고 다른 집단에는 추첨에 당첨됐다며 10달러를 제공했다. 이후 돈의 중요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상여금을 받은 집단이 당첨금을 받은 집단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실험참가자에게 종이비행기를 접으라고 시킨 뒤 한 집단에는 10달러를 주고 다른 집단에는 1달러를 제공했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돈의 중요성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10달러를 받은 사람들이 1달러를 받은 사람들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했다.
땀을 흘려 얻은 돈은 능력 등 사람들의 가치를 나타내는 하나의 징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업에서 돈을 많이 받는 사람은 그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는 기업에 꼭 좋은 소식인 것만은 아니다. 기업이 직원에게 충분한 급여를 지급하더라도 매년 급여가 인상되지 않으면, 직원들은 조직에서 자신이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끊임없이 급여를 올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기업도 매년 임금인상을 둘러싸고 노사분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들은 인정이나 명예 등 급여 이외의 방법으로 임직원들이 자신의 가치를 느끼도록 유무형의 보상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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