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동안 아시아·아프리카 17개 국가에 ‘졸업식 노래’와 ‘고향의 봄’이 담긴 디지털피아노를 기증하고 초등학교 무상건립과 교육용 칠판을 지원하는 한편, 모교과 선후배,사제 간의 정이 담긴 한국의 졸업식을 전파하는 등 국가 간 문화교류와 교육관련 지원활동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실천해왔습니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은 특유의 저음이 울려 퍼졌다. 목이 메인 듯 잠시 청중을 바라보곤 다시 말을 이어갔다. “교육은 한 국가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이신 장학생 여러분들 모두가 지금은 고국을 떠나 한국이란 낯선 환경에서 공부하는 어려운 처지이지만 미래의 큰 포부를 가슴에 품은 채 굳센 의지로 역경을 이기고 노력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당당한 인간승리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박수소리가 잦아지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 부영그룹 13개 국가 해외유학생 103명에 4억1200만원 장학금 지급
2월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 이곳에선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설립한 재단법인 우정교육문화재단(이사장 이중근)이 아시아·아프리카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베트남 캄보디아 케냐 동티모르 등 13개 국가 유학생 103명에게 1인당 400만원 씩 총 4억1200만원에 달하는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날 장학금 수여식에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비롯해 한승수 전 국무총리, 주한 케냐대사인 은고비 키타우 등 13개국 대사 및 외교관, 장학생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 “모국으로 돌아갔을 때 국가 발전에 기여해 달라”
에나물 카비르 방글라데시 대사는 축사를 통해 “한국의 물가는 높은 편이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외국학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크다. 이번 우정교육문화재단의 재정적인 지원으로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할 필요 없이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에서 받은 교육과 사회 문화적 가치가 참된 자산이 되어 성공적으로 학업을 마친 후 모국에 돌아갔을 때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케냐에서 온 장학생 프란시스는 “케냐에 계시는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셔서 한동안 슬픔과 비탄에 빠져 있었지만 이번 장학금 덕분에 학업에 더욱 매진하게 됐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그는 이어 “고국으로 돌아가 신소재공학분야를 연구하는 교수가 돼 케냐의 과학기술을 한 단계 끌어 올리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 부영그룹은 왜 아시아·아프리카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가
우정교육문화재단은 부영그룹 창업주인 이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2008년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부영그룹이 아시아·아프리카 유학생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2010년 92명의 장학생 선발을 기치로 2011년 40명, 2012년 47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지난해부터는 대상 국가와 수혜학생을 대폭 늘리고 장학금 액수도 1인당 연 800만원으로 증액했다. 2013년 1학기에 100명, 2학기엔 103명 등 한해 200명 이상을 선발했다.
● 대부분 평점 4.0 넘어…올 1학기 장학생 베트남 17명으로 가장 많아
장학생 선발 기준은 학교 추천을 거쳐 학업 성적과 성취도, 인성, 생활형편 등을 고려해 엄정한 평가를 거쳐 선발한다. 일례도 고려대 박사과정에 있는 스리랑카 유학생 파쓰씨니지 라라니씨는 전 학년 평점 4.5(4.5만점 기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수혜학생 대다수가 평점 4.0을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 1학기 장학생을 국가별로 보면 베트남이 17명으로 가장 많고 방글라데시 필리핀 각각 15명, 태국 14명, 라오스 10명, 스리랑카 9명, 케냐 6명, 미얀마 5명, 피지 4명, 가나 3명, 캄보디아 동티모르 각각 2명, 네팔 1명 등이다.
● 이중근 회장 “낯선 환경서 공부하는 해외 유학생들에게 꿈과 희망 됐으면”
이 회장은 이날 유학생 모두에게 일일이 장학증서를 전달하며 공로를 치하하고 용기를 북돋았다. 이 회장은 “오늘의 장학금이 낯선 환경에서 공부하는 해외 유학생들에게 소중한 꿈과 희망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우정교육문화재단은 국경을 떠나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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