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편의점 CU-세븐일레븐 ‘조삼모사 상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가맹점 수익비중 높이는 대신 지원 축소

한우신 기자
한우신 기자
‘가맹점주 수익·권한 높인 신(新)가맹 형태 선보여’, ‘점주 수익과 선택권 확대한 새로운 가맹모델 제시’.

지난달 편의점 CU와 세븐일레븐이 발표한 보도자료 제목들이다. 제목처럼 두 업체는 점주와 본사가 수익을 나눌 때 점주가 가져가는 몫을 늘렸다. 점주가 건물 임차 비용을 내는 가맹점의 경우 두 업체는 점주가 가져가는 이익의 배분율을 종전의 65%에서 80%로 올렸다. GS25도 조만간 비슷한 내용의 새 가맹 제도를 발표할 예정이다.

편의점들이 점주의 수익을 높여주겠다고 나선 건 개정된 가맹사업법이 이달 14일부터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일어났던 본사와 점주 간의 불공정 계약 논란과 일부 점주의 자살 등이 이슈화된 뒤 나왔다. 개정안에는 점주에게 심야 영업을 강제할 수 없고 점주 단체가 협상을 요구하면 본사는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점주와의 상생을 도모하는 개정안 시행에 맞춰 본사가 점주들의 수익도 높여준다니 반길 일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편의점들은 수익 배분율을 높이는 대신 초기 지원 비용을 줄였다. 평균 3000만 원 정도인 인테리어 비용은 종전까지는 본사가 부담했지만, 신가맹계약에서는 점주가 부담해야 한다. 신가맹계약을 따른다면 점주는 자기 가게의 진열대 사용료를 내거나 전기료 지원을 아예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수익 배분율이 높아진 대신 신규 창업자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아진 것이다. 편의점 창업을 준비 중인 조모 씨(50)는 “사업 여건이 탄탄한 사람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제도”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물론 편의점 측도 할 말은 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점포를 열 때 본사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을 경우 매출 실적이 나빠서 조기 폐점을 하려 해도 초기 지원 비용을 토해내야 하는 ‘함정’이 있다”고 말했다. 또 신규제도가 맘에 안들면 기존 방식으로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무리 업계의 생각을 이해한다고 쳐도 아쉬움은 남는다. 새 가맹계약 제도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점주들의 사업 초기 부담을 높였다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상생은 진실한 소통에서 나온다.

한우신·소비자경제부 hanwshin@donga.com
#편의점#CU#세븐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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