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굴 매출액 97% 줄자 새벽기차 타고 상경
“엔약세로 수출 안되는데 엎친데 덮친격” 울상
대형마트에서 수산물 안심 홍보하며 할인판매
“기름 유출 지역과 굴 양식장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여수’라는 말만 들어도 외면하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23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이마트 용산점에서는 전남 여수시에서 올라온 수협 관계자와 어민들이 “깨끗한 여수 생굴 사세요”라며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직접 상경한 이유는 생굴을 비롯한 여수산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다. 여수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굴 주산지다.
지난달 31일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여수에서 나오는 굴의 매출액은 급감했다. 소비자들이 여수산을 비롯해 굴 자체를 아예 안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최근 굴 매출액(2월 1∼19일)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에 불과하다.
굴 소비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집중된다. 생굴은 그날 딴 것을 바로 서울로 당일 배송해 판매한다. 미리 딴 굴을 저장해뒀다가 팔 수 없기 때문이다. 굴의 소비가 끊기면 어민들은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박상환 여수수협 중매인은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신덕만과 굴 양식장이 모여 있는 가막만은 한참 떨어져 있다. 중간에 돌산도가 있어서 기름에 오염된 바닷물이 유입될 우려도 없고 조류의 흐름을 봐도 두 지역은 전혀 이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수요는 급감했고 유통업체들의 주문도 크게 줄었다. 유출 사고 전 현지에서 10kg에 6만 원 안팎이던 굴 가격은 4만 원대로 떨어졌다. 사고가 하필 설날에 터지는 바람에 입소문이 빠르게 퍼진 게 컸다.
이번 기름 유출 사고는 지난해 엔화 약세와 방사능 유출 우려로 타격을 받은 어민들에게는 그야말로 ‘치명타’를 가했다. 엔화 약세로 참치와 광어 등 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수산물의 수출은 크게 줄었다. 수출 물량이 국내에 쌓이자 내수 가격도 하락했다. 여수에서 일본으로 많이 수출하던 피조개의 가격은 30% 가까이 떨어졌다. 게다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많은 소비자들이 수산물 소비를 줄였다. 수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잇따른 악재로 수산물 자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여수 어민들을 돕기 위해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행사를 26일까지 열 계획이다. 여수돌산생굴(100g)을 종전 2480원에서 1480원으로 할인 판매하는 등 주요 수산물을 기존 가격보다 20∼40% 저렴하게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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