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부터 요청했지만 아직 해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손톱 밑 가시를 뽑아준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왜 아직도 안 되는 건지 답답할 노릇입니다.”
수영장은 수도요금을 목욕탕과 달리 영업용 가격으로 내고 있다. 한국수영장경영자협회에 따르면 t당 목욕탕용 요금은 평균 900원 수준이지만 수영장이 내고 있는 영업용 요금은 평균 2500원에 달한다.
홍인표 협회장은 “과거 수영장이 호화·사치업종으로 분류돼 수도요금이 비쌌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며 “10년 사이 수영장 10곳 중 4곳이 문을 닫을 정도로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수영장 수도요금을 목욕탕과 동일하게 해달라는 의견을 받아들여 ‘손톱 밑 가시’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약속한 해결시한인 지난해 6월 말에서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영장의 수도요금은 변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선정한 ‘손톱 밑 가시’ 과제 397건 중 2월 말 현재 해결된 것은 전체의 62%인 247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24일 정부의 ‘규제개선포털’ 홈페이지에 공개된 397건의 진행 상황을 분석한 결과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150건의 과제 중 정부가 밝힌 해결시한을 넘긴 과제도 40건에 달했다. 이 중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못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는 15건이었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미온적인 대응 등으로 해결되지 않은 과제는 25건이었다.
과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다양했다.
수영장 수도요금체계 개선에 대해 문화부는 “수도요금은 지자체에서 조례로 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조례 개정을 요구했지만 지자체들이 수입이 줄어들 것을 걱정해 해결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수나 예산 부족으로 해결하지 못한 과제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까지 불량제품 생산에 들어간 원재료에 대해서도 관세를 환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세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지연되기도 했다. 정부는 연구개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뿌리기술 전문기업’ 선정 시 기술이 우수해도 매출액이나 부채비율 등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기업들이 탈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말까지 선정 기준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의가 늦어지면서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는 과제도 있다.
정부는 중소사업자들의 위치정보사업 진입 기회를 늘리기 위해 개인이 아닌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허가·신고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이 과제는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국회에 법이 제출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고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기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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