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은 지난해 팔도장터 관광열차 시범사업을 위해 차량 외부를 하회탈 등으로 꾸민 전용 열차를 만들었다(위 사진). 양평물맑은시장에서는 관광객들에게 지역 특산물인 한우를 홍보하는 행사가 열렸다.
코레일·양평물맑은시장 제공
지난해 10월 13일 경기 양평군 양평역에는 기존에 운행하지 않던 열차가 도착했다. 하회탈 그림이 새겨진 이 열차는 중소기업청과 코레일이 운영하는 ‘팔도장터 관광열차’였다. 두 기관은 지난해 9월부터 전통시장과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국 8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날 양평역 출구에는 양평물맑은시장 상인들과 양평군 공무원 등 20여 명이 기차에서 내리는 관광객들을 맞이했다. 시범사업을 계기로 침체된 시장이 활기를 되찾기 바라는 마음에 유니폼을 맞춰 입고 현수막까지 준비했다.
양평물맑은시장도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에 밀려 날이 갈수록 찾는 손님이 줄고 있는 상황이었다. 2009년 시장 인근에 양평역이 개통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서울까지 전철로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게 되자 그나마 전통시장을 찾던 사람들도 서울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 상인회를 중심으로 시장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된 뒤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고 각종 이벤트를 열었지만 다른 지역에 사는 손님들을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부 시장 상인은 “행사하면 시끄럽기만 하고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상인회는 지난해 팔도장터 관광열차 시범사업에 참가하기로 한 것이다.
절박했던 만큼 준비 과정에 공을 들였다. 장수현 양평물맑은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사업단장은 “‘특색 없는 시장’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지역 특산품인 한우를 홍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정육점과 식당들과 함께 ‘소 잡는 날’ 행사를 관광열차가 도착하는 날에 맞춰 열기로 했다. 관광객들에게 한우 고기를 할인해 판매하고 정육점에서 고기를 산 뒤 인근 식당에서 상차림비만 내고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시장은 물론 기차역에서 시장까지 가는 거리에도 국악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했다.
행사 당일 팔도장터 관광열차를 타고 양평물맑은시장을 찾은 관광객은 460여 명이었다. 식당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야외에 설치한 간이식탁에도 관광객들로 꽉 찼다. 상인들이 이날 하루 올린 매출은 2000여만 원에 달했다.
장 단장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 시장과 지역 특산물을 알렸다는 게 더 큰 성과”라며 “처음엔 시큰둥해하던 일부 상인도 이제는 팔도장터 관광열차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어 “기차역이 개통되면서 시장이 더욱 침체됐지만 팔도장터 관광열차 덕분에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전남 나주시에 있는 나주목사고을시장도 팔도장터 관광열차가 다녀간 뒤로 활기를 되찾은 곳이다. 라두현 나주목사고을시장상인회 사무국장은 “특히 수도권에서 관광열차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시장을 찾고 나서 택배 주문량이 부쩍 늘었다”며 “나주 배, 홍어가 특히 인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두 곳을 포함해 경북 안동시 구시장, 경남 사천시 삼천포 용궁수산시장, 충북 단양군 구경시장, 충남 논산시 강경 젓갈시장 등 지난해 팔도장터 관광열차가 다녀간 전통시장은 모두 8곳이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시범운행 기간에 약 8100명이 관광열차를 이용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관광열차 이용객 10명 중 7명이 다시 관광열차를 이용하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기청과 코레일은 올해 팔도장터 관광열차 운행횟수를 50회로 늘리고 참여 시장도 10곳으로 늘리겠다고 26일 밝혔다. 김종철 코레일 여객본부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내 관광 활성화와 전통시장 살리기 정책에 발맞춰 3월부터 팔도장터 관광열차를 운영할 예정”이라며 “올해 2만 명이 관광열차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기관은 앞으로 운행횟수도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5년간 관광열차를 운행할 경우 421억 원의 생산을 유발하고 53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첫 팔도장터 관광열차는 전북 남원시 공설시장으로 다음 달 23일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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