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삼성에 구글앱 탑재 강요… 반독점 논란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극비계약서 공개 후폭풍

“구글은 언제나 자신들이 개방(open)을 지향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개방이란 대단히 제한적인 것이었다.”(월스트리트저널)

미국과 유럽에서는 13일 공개된 구글과 삼성전자 간 계약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계약서에 구글이 자사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조건으로 스마트폰 제조사에 구글 앱을 탑재하도록 강요한 정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는 전체 스마트폰 OS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의 독주를 경계하면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고심하는 모양새다. 검색, 동영상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인터넷 관련업계에서는 구글 독점체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다.

○ 구글-삼성 계약서 첫 공개


그간 대외비로 관리돼 온 삼성-구글 계약서는 이달 벤 에델만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블로그를 통해 처음으로 전문이 공개됐다. 2011년과 2012년 작성된 문건에서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쓰는 대가로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의 모든 웹 검색 설정은 구글 검색 앱이 기본이 돼야 한다’ ‘(유튜브와 같은) 구글 앱 10여 개를 미리 탑재해야 스마트폰을 판매할 수 있다’ ‘구글 검색창과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은 홈 스크린과 매우 가깝게 위치해 있어야 한다. 다른 구글 앱들도 스크린을 한 번 정도 넘긴 수준에서 떠야 한다’ 등이다.

이 같은 조건이 공개되자 유럽연합(EU)에서는 당장 반독점 기구가 나서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 아닌지 조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구글 독주 모바일 생태계 ‘우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구글의 세계 모바일 OS 점유율은 78.8%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삼성 효과’로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92%에 이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개방과 공유를 강조해 많은 개발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그 역량을 집대성해 안드로이드를 개발했다”며 “여기에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구글 OS를 채택하면서 부동의 1위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 사이 다른 OS는 힘을 잃었다. 애플 ‘iOS’의 지난해 점유율은 15.5%로 전년(19.4%) 보다 3.9%포인트 떨어졌다. 한때 점유율이 45%에 달했던 노키아의 ‘심비안’이나 블랙베리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MS)의 ‘윈도 모바일’ 역시 3%대 점유율에 머물고 있다.

구글이 독주하면서 이용자나 제조사, 관련 기업의 OS 선택권은 크게 제한을 받게 됐다. 최근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윈드로이드 폰’(MS 윈도 모바일과 구글 안드로이드 중 사용자가 원하는 OS를 선택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성공했지만 구글과 특허공유 계약을 맺으면서 발표가 무산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축이 돼 개발한 ‘타이젠 OS’ 역시 전용 스마트폰이 출시되지 않아 시작도 하기 전에 ‘타이젠은 죽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앱 스토어 매출서 구글 몫, 3→15%로 확대

모바일 인터넷 관련 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OS가 대세로 자리 잡고 구글 앱이 대부분 기기에 기본으로 깔리면서 국내 앱이나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크게 불리해졌다”며 “앱 장터도 구글만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는 자체 앱 장터를 운영할 수도,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구글은 최근 국내 모바일 검색 분야에서 다음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으며 1위 사업자인 네이버와의 간격도 계속 좁히고 있는 추세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구글이 앱스토어 매출에 대해 개발자와 이동통신사, 구글이 각각 70%, 27%, 3%씩 가져가던 것을 70%, 15%, 15%로 변경하겠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영향력이 커지면서 구글이 수익 분배 정책도 자사에 유리하게 바꾸고 있다는 뜻이다.

이동통신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국내 모바일 시장은 안드로이드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데 의존도가 높아지니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라며 “모바일 OS 분야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지현 기자
#구글#삼성#구글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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