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 맞느니 차라리 임대주택 팔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정부 월세대책에 생계형 집주인들 술렁
세금만큼 월세 올릴 가능성도

충북 청주시 충북대 주변에 원룸형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50대 김모 씨는 정부의 월세 대책이 나온 뒤 한숨이 늘었다. 이 집을 포함해 집이 두 채인 김 씨는 몇 해 전 퇴직금에 대출을 끼고 노후 생계용으로 이 건물을 샀다.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5만 원씩 받고 원룸 18실을 임대하고 있는 그에게 임대소득에 세금을 엄격히 물린다는 정부 방침은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월세를 연체하는 세입자를 다루기도 만만찮고 대출 이자나 중개수수료도 부담이 큰데 세금을 본격적으로 걷겠다고 해 차라리 건물을 팔고 싶다”며 “하지만 부동산에서 다중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매매도 잘 안 된다고 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자 생계형 임대소득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대다수의 집주인은 그동안 월세 수입이 있어도 세법상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다가 이번 대책으로 소득세를 내는 게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정부의 월세 대책이 미흡하다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28일 국회에 제출한다. 3주택자 중 1주택 이상을 임대할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하고 그 대신 조세와 건강보험료를 깎아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월세 소득이 드러나는 흐름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집주인들은 이참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할지, 아니면 아예 임대주택을 팔아버릴지 고민 중이다. 최근 몇 년 새 공급이 쏟아진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세입자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자 등록 의무가 없어진 생계형 집주인(2주택 이하 보유, 임대소득 2000만 원 이하)도 예외는 아니다.

보유한 주택을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는 재산세, 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에서 세제 감면을 해주겠다는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하지만 부담도 작지 않다. 최초 임대료와 보증금을 마음대로 책정할 수 없고, 임대료 인상률은 연 5% 이하로 묶인다. 의무 임대기간 10년도 채워야 한다.

금융권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보유한 임대주택을 처분하고 다른 부동산이나 현금성 자산에 투자할지를 저울질하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늘었다.

갑작스럽게 월세 소득을 양성화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집주인들이 늘어나는 세금만큼 월세를 올려 세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필요하지만 지금은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임대시장의 대혼란을 막기 위해 분리 과세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완충장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김준일 기자
#월세 대책#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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