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삼성그룹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함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논의가 올해부터 확대되는 정부의 임금피크제 지원금과 맞물려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계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저출산 고령화로 근로자들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근무기간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는 호봉제 구조로는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임금피크제는 지난해 4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정년연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부터 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개정안에 따르면 2016년부터 근로자 300명 이상인 기업, 공공기관 등에 다니는 직원들은 정년이 만 60세까지 법으로 보장된다. 중소기업은 그 이듬해부터 적용받는다. 같은 법 제19조 2항에는 사업주와 노동조합이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으나 이는 강제가 아닌 권고조항이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경영계는 개정안 논의 과정부터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해왔지만 노조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동의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다”며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후 통상임금 범위 확대, 근로시간 단축 법제화 논의 등이 이어지자 경총은 최근 ‘임금피크제 모델’을 선보이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이희범 경총 회장은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고 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경총 차원에서 경영계의 입장을 정리하고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차원에서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어 27일 재계 맏형격인 삼성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선언함에 따라 아직 임금체계 개편 작업을 시작하지 못한 다른 기업들은 힘을 얻게 됐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변수다. 그동안 노동계는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효과를 낳을뿐더러 법적으로 정년이 연장된 이상 임금피크제 도입은 정년 이후로 미뤄도 문제가 없다”며 임금피크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는 사업장별로 업무성격을 면밀히 따져 숙련도나 전문성 등을 고려한 뒤 필요한 곳만 선별해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도입 등은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논의가 필요하고 기업의 영속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사안”이라면서도 “노사가 각각의 사안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쉽게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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