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 대신 치맥 - 떡볶이… K푸드 메뉴판 바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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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기업을 다시 보자]<1>한식 세계화 첨병 역할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베이비 부머 창업에 힘입어 총 매출액 100조 원대로 고속 성장했다. 하지만 가맹본부의 불공정 계약, 대형 업체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가 불거져 여론의 질타를 받고 브레이크가 걸렸다. 해외로 발길을 돌린 외식기업들은 한국음식(케이푸드)의 글로벌화를 이끄는 첨병 역할에 나섰다. 동아일보는 ‘외식기업을 다시 보자’ 시리즈를 통해 외식기업의 역할을 조명한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푸덕쿠이 씨(30)는 최근 사업에 대박이 났다. 한국 방송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눈 오는 날엔 치맥”이라는 대사가 나온 지 며칠 뒤 그의 가게 앞에는 오전 11시 문을 열기 전부터 치킨과 맥주를 먹으려는 손님이 줄을 섰다. 올 2월의 월 매출은 지난해 초 개점 후 가장 높았다.

푸덕쿠이 씨는 “주로 여자 손님들이 아침부터 찾아와 치킨과 맥주를 시켜놓고 사진을 찍어 ‘웨이신’(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다. 한국 문화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 한국식 식당 창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 점포 고속성장… 3000개 육박

푸덕쿠이 씨의 가게처럼 해외에서 운영되는 국내 프랜차이즈 외식기업의 점포 수는 올해 처음으로 3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내 외식업체 2200곳 중 해외 진출이 확인된 95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외식기업들은 현재 110개 브랜드를 통해 44개국에서 2717개의 점포를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국내 외식기업의 해외진출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식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한 것은 2006년부터다. 국내 시장이 포화된 2009년부터 진출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2009년 이후 해외 진출에 새롭게 나선 기업만 65곳에 이른다. 지난해 늘어난 해외 점포 수는 500∼700개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올해 말이면 3000곳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진출 8년 만에 외식기업의 해외 점포 수가 전체 해외 한식당(약 1만 개)의 3분의 1에 육박하면서 외식기업이 케이푸드를 해외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해외에 진출한 110개 브랜드 가운데 50개는 한식 업종이고 나머지 비한식 업종은 음료, 패스트푸드, 베이커리, 양식, 일식 등의 순이었다. 농식품부는 비한식 업종도 팥빙수, 떡 등 우리 음식을 알리는 창구가 된다고 보고 한국식품 수출 확대와 연계한 외식기업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 전망 밝은 중국·동남아 급성장… 일본은 흐림

국내 외식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는 한국 문화가 폭넓게 확산돼 있고 거리가 가까운 중국이다. 총 59개 업체가 992개의 점포를 냈다. BBQ, 카페베네, 투다리, 파리바게뜨는 100개 이상의 점포를 냈다.

미국에는 36개 업체가 951개의 점포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델리만쥬와 레드망고 점포가 각각 400곳, 275곳이다. 제너시스BBQ, 파리바게뜨 등 주요 기업들은 올해 안에 중국과 미국의 점포를 공격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어 조만간 두 나라에서 각각 1000개 매장을 쉽게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선 고전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선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치킨 가맹점 170개를 운영하고 있는 제너시스BBQ 관계자는 “올 2월 한국식 치맥의 인기로 주말 매출은 이전보다 50%, 평일 매출도 20∼30% 늘어났다”며 “현지에서 집중 마케팅을 벌여도 매출 확대가 5% 수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인기가 올라간 것”이라고 전했다. 신흥시장 가운데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성장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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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 외식기업 점포에 대한 현지인의 반응은 동남아에선 78.5%가 호의적이고 중국도 72.3%가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나 전망이 밝다. 반면에 최근 반한 감정이 높은 일본에선 호의적인 답변이 33.3%에 그쳤고 적대적인 반응도 16.7%에 이르러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조사됐다.

○ 플래그십 모델에서 외식기업 모델로


지난 이명박 정부는 미국 뉴욕에 고급 한식당을 세우는 등의 ‘플래그십 모델’로 한식 세계화를 추진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 정책 자문에 응하는 한 전문가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리가 베트남 음식을 먹을 때 베트남 정식이 아닌 쌀국수부터 접했던 것처럼 대중적인 메뉴부터 단계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삼겹살 구이, 한국식 치킨, 감자탕, 찜닭, 비빔밥, 떡볶이 등 대중적인 메뉴를 갖춘 외식기업을 통해 케이푸드의 글로벌화에 나설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올 3월부터 외식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하는 민관합동 글로벌 외식협의체를 운영한다. 해외 진출을 돕는 노하우 공유와 애로요인 개선이 주요 사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해 시작한 프랜차이즈 세계화 지원사업을 통해 올 4월까지 국내 외식기업의 해외 진출에 2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체계화된 노하우도 외식기업 해외진출 모델의 강점이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한 불고기브라더스 관계자는 “해외 가맹점이 문을 열려면 한국 본사에서 3개월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한식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현지인 주방장이 음식 맛을 정확히 구현하도록 온도계, 산도계, 염도계, 당도계를 이용해 측정한 데이터를 준수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국 등 5개국에 9개 매장을 낸 본죽은 국가별로 5가지 맛의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현지 입맛을 맞춘다. 김철호 본아이에프 회장은 “체계화된 노하우는 외식 프랜차이즈 형태의 한식 해외진출이 가진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석 nex@donga.com·김범석 기자
#한정식#치맥#떡볶이#K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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