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김해공항에서 창원시 방향으로 40분가량 달리자 왕복 6차로 도로에 ‘두산볼보로’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도로 이름에 사명(社名)이 들어간 것은 창원에서 두산그룹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두산중공업은 2005년 64억 원을 들여 볼보, 창원시와 함께 이 도로를 준공했다.
도로 끝에는 여의도 면적(2.9km²)의 1.6배 규모인 두산중공업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공장 내부로 들어가 한참 달리자 2층짜리 기술교육원 건물이 나왔다. 1층에선 지역에서 선발한 취업준비생들의 용접 실습이 한창이었다.
이들을 지도하던 현종호 명장은 “다른 교육기관에서는 비용을 줄이려고 9∼10mm 철판을 쓰지만, 우리는 현장에서 쓰는 20∼26mm 철판을 사용하므로 교육을 마치면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 용접 명장 1호로 억대 연봉을 받는다. 두산중공업은 매년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지역의 취업준비생 100여 명을 선발해 4개월 동안 무료로 용접과 가공 교육을 해 준다. 교육을 수료하면 사전에 협력업체들로부터 받은 인력 수요를 바탕으로 취업을 알선한다. 협력업체 구인난과 청년 구직난을 동시에 해결하는 셈이다. 100% 취업이 보장되니 들어오려는 이들이 몰려 경쟁률이 최대 10 대 1에 달한다.
교육을 받던 이학준 씨(27)는 “전문대에서도 용접을 배웠지만 여기는 재료의 질이 다르고 용접기도 좋아서 실력이 부쩍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창원에 구축된 ‘두산벨트’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정인영 고 한라그룹 명예회장은 ‘인간이 마음먹으면 못 할 것이 없다’는 신념으로 1976년 창원에 당시 단일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현대양행 창원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1980년 신군부는 이를 몰수해 한국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2000년 두산이 인수한 뒤 이듬해 이름을 두산중공업으로 바꿨다.
여러 차례 이름을 바꿨지만 예나 지금이나 두산중공업은 창원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본사가 창원이어서 지방세도 가장 많이 낸다. 두산그룹은 중공업 외에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두산DST, 두산건설, 두산모트롤 등 6곳 사업장으로 창원에 ‘두산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이 고용한 인원은 사내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1만 명이 넘는다. 두산 계열사 6곳의 창원 소재 협력업체는 모두 3540곳에 달한다.
2010년 마산 진해와 통합하기 전 창원에서는 ‘인구(약 50만 명) 4명 중 1명은 두산 덕분에 먹고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두산 계열사 및 협력업체 임직원과 가족, 이들의 소비로 발생하는 부가가치 등을 감안한 얘기다. 창원 진해구에 사는 이명진 씨(36)는 “창원시민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잘 정돈된 도로와 공원 등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것도 두산 같은 글로벌 기업이 지방세를 많이 낸 덕분”이라고 말했다.
○ 맞춤형 인재 양성 적극 나서
두산그룹은 창원에서 ‘인재의 성장과 자립’을 내세워 다양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창원기계공고에 40명 규모의 ‘두산반’을 만들고 기술 명장이 강사로 나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게 한다. 방학 때는 기숙사에서 재워주며 첨단 설비를 조작할 기회도 준다. 양질의 교육 덕분에 졸업생 상당수는 두산중공업이나 협력업체 취업에 성공한다. 창원에 있는 한국폴리텍7대, 창원문성대와도 협약을 맺고 교육 및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창원대는 기술직 직원 교육을 위한 ‘두산중공업학과’를 개설했다. 두산중공업 직원이 창원대 외래교수로, 창원대 교수는 두산중공업 위촉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실질적인 산학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과학인재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1년 문을 연 창원과학고에는 학교발전기금으로 매년 3억 원을 낸다. 이 돈은 과학영재들을 위한 장학금 지급, 실험장비 구입, 전문도서 구입 등에 사용된다. 임원 특강, 산업현장 견학 등의 교류도 이뤄진다. 수억 원을 들여 창원과학체험관 리뉴얼 공사도 후원했다.
두산중공업 이한희 CSR팀장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그룹 철학에 따르면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지역 사회에 대한 최고의 기여이기 때문에 지역 인재 양성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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