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찾은 경남 진주시 수곡면의 딸기 선별장. 안에 들어서자마자 진한 딸기향이 코를 타고 들어왔다. 흰 작업복을 입은 여성 60여 명은 쉴 틈 없이 딸기를 투명 용기에 담고 있었다.
“‘매향’이라는 한국 품종입니더. 수출용으로만 키워 국내선 몬 묵어 봤을 깁니더.”
하동호 한국수출딸기생산자연합회장이 건넨 매향 딸기는 평소 먹던 딸기에 비해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입 베어 물자 ‘아삭’하고 씹혔다. 맛도 달았다.
진주시는 지난해 이 매향 딸기 2166만2000달러(약 232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전년보다 40.9%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전체 딸기 수출(2980만8000달러)의 72.7%에 해당한다. 한국 딸기 수출이 10년 전(2004년 416만6000달러)보다 7배 이상으로 느는 데 진주의 매향 딸기가 톡톡한 공을 세웠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매향은 동남·서남아시아, 러시아, 북미 지역 등 18개국으로 나간다”며 “오이 가지 등의 수출이 급감하는 데 반해 딸기는 상품 고급화로 신선식품 중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수출 실적을 내기까지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진주 딸기 농가는 2008년 ‘장희(章姬·아키히메)’라는 일본 품종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바이어의 항의가 쏟아졌다. 쉽게 물러 아예 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농가들은 토종 품종에 눈을 돌렸다. 딸기가 크고 재배가 쉬운 토종 품종 ‘설향’은 국내 시장에선 일본 품종을 따돌릴 정도로 인기였지만 무르는 정도는 마찬가지였다. 반면에 또 다른 토종 품종인 매향은 과육이 단단하고 신선도가 오래가 수출용으로 ‘딱’이었다. 당도도 더 높았다. 하지만 병충해를 잘 입고 냉해에 약해 생산량이 너무 적었다. 이런 이유로 설향보다 먼저 개발됐지만 아무도 안 기르던 품종이었다.
바로 ‘매향 생산량 늘리기’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매향 생산자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전문기관 교육도 여러 차례 받았다. 난방 기술, 농약 살포 시기 등의 노하우를 쌓아갔다. 진주시는 시설 현대화 자금을 지원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다른 품종 못지않은 생산량을 확보했다.
매향은 2010년부터 동남아 지역에 수출을 시작했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뉴질랜드산 미국산 딸기 등이 있었지만 맛과 향, 식감에서 한국산이 월등했다. 홍콩에서는 딸기 9개 남짓 들어가는 한 팩(250g)에 1만2000원 정도에 팔릴 정도로 고가지만 소비자가 몰렸다.
홍콩무역발전국(HKTDC)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올 1월 홍콩 수입 딸기의 43%가 한국산이었고, 나머지를 미국 뉴질랜드 일본산이 나눠 가졌다. 하 회장은 “한국 딸기를 맛본 동남아 사람들은 한국 것만 찾는다”며 “요즘도 없어서 못 팔 정도여서 바이어들이 더 보내 달라고 성화”라고 말했다. 유례없는 인기에 ‘짝퉁’도 등장했다. 일부 중국산 딸기 포장에 한국어를 써놓고 한국산이라고 속여 판 것이다.
진주 딸기 농가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딸기를 뉴질랜드의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처럼 브랜드화해 세계적인 상품으로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하 회장은 “한국산 딸기의 품질을 유지시키고 물류비를 낮추는 것이 관건”이라며 “현재 브랜드 이름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