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이후 경제지표 추락… 성장률 전망치 계속 하향 조정
政局혼란 지속되자 관광업 위축… 정부 쌀 수매중단에 농민도 등돌려
정국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태국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B)는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 연간 GDP 성장률은 2.9%로, 각각 전 분기(2.7%) 및 전년(6.5%)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정국혼란으로 인해 투자와 민간소비가 급감했고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마저 감소하면서, 정부 전망치의 하한선이었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을 낸 것이다.
올해 경제전망도 매우 불확실하다. NESDB는 최근 올해 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로 제시했다. 작년 말의 전망치(4∼5%)에서 1%포인트 낮춘 것으로 정국불안의 영향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국불안이 장기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3∼4%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 및 투자심리는 여전히 꽁꽁 얼어 있다. 반정부 시위 격화로 보궐선거를 통한 정부 구성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2조 밧(약 64조 원) 규모의 인프라 건설 투자나 통합 물 관리 프로젝트 같은 대규모 정부 투자사업의 집행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폭력적인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관광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미 시위가 본격화된 지난해 12월 관광업 성장률이 6.7%로 지난해 월평균 성장률인 20%에 비해 크게 위축됐다. 태국 경제성장의 또 하나의 축인 외국인 투자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태국 주식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이달 21일까지만 322억 밧(약 1조 원)어치가 순매도됐다.
현재로서는 태국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질 않는다. 잉락 친나왓 임시정부는 2월 2일 조기총선을 통해 정국혼란을 해결하려 하였으나, 반정부 시위대의 저지로 많은 선거구에서 선거가 치러지지 못해 새로운 의회 개원에 실패했다. 4월 27일 보궐선거를 통해 정부 구성 요건인 국회의원 총수의 95% 이상을 선출하고, 이를 근거로 내각 구성을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또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총선 자체를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는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쌀 수매대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농민들까지 반정부 시위에 동참했다. 쌀 수매 정책은 잉락 정부의 지지 세력인 농민들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과 달리 국제 쌀값이 폭락하면서 잉락 정부는 4000억 밧(약 13조 원)이 넘는 손실을 입고 결국 지난해 12월 9일 의회 해산 이후 수매 대금 지급을 중단했다. 정부의 쌀 수매정책만 믿고 빚을 내 차량과 스마트폰 등을 구입한 농민들도 동시에 파산 위기에 몰렸다.
위기의식을 느낀 임시정부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쌀 수매대금을 지급하려 했지만 민간은행과 정부저축은행 모두 이를 거부했다. 여기에 태국 국가반부패위원회는 쌀 수매와 관련한 부정부패 혐의로 잉락 총리를 포함해 공무원들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잉락 정부는 자신들의 최대 지지자인 농민층의 이탈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반정부 시위대 간의 대립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뜨랏 지방 반정부 시위에서 5세 소년이 총상으로 사망하는 등 작년 10월 말 반정부 시위 발발 이후 이미 사망자만 19명이 나왔고 부상자는 수백 명이나 된다. 그동안 전략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던 탁신 지지 세력인 ‘레드셔츠’도 최근 활동을 재개하면서 태국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달 들어 반정부 시위대가 방콕 중심가의 3개 거점 지역(빠툼완, 랏차쁘라송, 아속)의 봉쇄를 풀면서 시민들의 불편과 두려움도 조금이나마 해소됐다는 것이다. 비록 정부청사와 그 인근 지역의 봉쇄는 계속되고 있고, 탁신 가족이 경영하는 사업장에 대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지만 거점 지역 봉쇄를 푼 것을 기점으로 평화적 해결이 모색되기를 태국 국민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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