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 파동-월세 과세 혼란 등
적용대상 많아 민감한 세금이슈… 설익은 정책 여론역풍 맞고 수정
정부가 전월세 임대인에게 세금을 물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일주일 만에 소규모 임대인에 대해서는 과세를 유예하겠다고 밝히면서 세금 정책이 기준 없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수를 늘리려고 세제를 급하게 바꾸다가 국민적 저항에 부닥치고 그 결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6일 “지난달 26일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보완조치를 내놓은 것은 당초 과세 기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고 ‘임대인의 세 부담이 너무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해명은 정책당국이 중요한 세제 개편을 하면서 준비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미치는 파장을 정밀하게 예측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례로 기재부는 5일 2주택 보유자 가운데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이면서 다른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400만 원의 임대소득공제를 준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다른 소득이 있는지의 기준을 가구주로만 할지, 부부 합산으로 할지도 정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세금 정책이 갈지자(之) 행보를 한 것은 지난해 8월 세법 개정안 파동부터였다. 연간 소득 3450만 원 이상인 근로자부터 증세를 하려다가 박 대통령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증세 기준점을 5500만 원으로 높여 ‘고무줄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취득세 영구 인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조정, 종교인 과세 등 적용 대상이 많아 민감한 세금 이슈에 대해 설익은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는 일이 잇따랐다.
특히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과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7월 말 발표 당시 “소급 적용이 어렵다”고 해놓고 11월 초에 가서야 소급 적용을 허용함에 따라 3개월 이상 주택 거래가 뜸한 ‘거래 절벽’을 자초하기도 했다.
세금 정책이 번번이 여론의 역풍을 맞는 것은 재정 확충이라는 목표에 집착해 제도를 너무 쉽게 뜯어고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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