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상반기(1∼6월) 대졸 신입사원 공채 계획을 7일 발표했다. 지원 자격을 사실상 이공계 출신으로 한정하는 대신에 인문계 출신 신입사원은 대규모 공채 대신 상시채용 제도를 통해 선발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대차가 채용 방식을 바꾼 배경에는 대규모 공채를 진행하면서 느낀 문제의식이 녹아 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이공계 출신을 차량설계, 파워트레인, 전장 등 특정 영역에 대한 학업 능력이나 포트폴리오 등을 토대로 뽑았다. 반면에 인문계 출신은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중점적으로 보고 선발했다. 즉, 이공계 출신 전형은 상대적으로 정량적 평가 성격이 강한 반면에 인문계는 정성적 평가의 성격이 강했다. 문제는 정성적 평가에는 주관적 평가가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특히 한꺼번에 많은 지원자에 대해 면접을 하는 정기공채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현대차의 판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면접을 잘 봤어도 정작 실무 능력은 부족한 사원이 종종 있다”며 “면접 요령만 뛰어난 지원자보다는 실력이 뛰어난 직원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채용 방식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상시채용은 본인이 주도적으로 희망하는 직무를 고민하고 찾을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1년에 두 차례 공채 때마다 ‘고시’라고 부를 만큼 많은 구직자가 몰리면서 사회적 비용이 상당하다는 점도 현대차가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바꾼 또 다른 이유다. 상시 채용을 하면 이런 사회적 비용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구직자들이 전형 과정을 통과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입사 뒤 무엇을 할 것인가를 더 고민하는 기회를 늘리겠다는 게 현대차의 생각이다.
하지만 일부 구직자는 “인문계 출신을 차별하는 조치”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 등에는 “줄곧 현대차 입사만 바라보고 취업 준비를 해왔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며 불만을 담은 글이 많이 올라온다. 하지만 현대차는 “상시 채용을 하는 만큼 인문계 출신을 적게 뽑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미 한국, 일본을 제외한 선진국에서는 상시 채용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유독 한국에서만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대학 졸업자들이 대기업 취업에만 매달리는 세태, 채용 방식의 변경 필요성에 대한 기업의 충분한 설명 부족 등이 원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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