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백설공주와 탄광노동자… 古典을 통한 자본주의 분석

《 마셜의 연구실 방문에는 ‘런던의 빈민가를 가보지 않은 자는 들어오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조준현·다시봄·2014년) 》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라는 체제는 참으로 묘하다. 때로는 신통하고 때로는 끔찍하다. 많은 사람에게 풍요를 가져다 준 게 아닌가 싶다가도 아예 지구까지 못살게 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전 체제인 봉건사회가 1000여 년 동안 거의 변화 없이 지속된 데 비해 자본주의는 변신의 귀재라고 할 정도로 변화와 혁신을 거듭해 왔다는 점이다. ‘폭발적 변화’라고 할 만하다.

조준현 부산대 교수의 새 책 ‘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는 이런 자본주의의 현란함이 우리 시대 고전들 속에 어떻게 포착돼 있는지 꼼꼼하게 일러준다.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모어의 ‘유토피아’에 그려진 초창기 자본주의 모습부터 번영의 그늘에서 자본주의 윤리 문제를 다룬 ‘위대한 개츠비’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시대의 고전들이 당시 자본주의의 모습을 얼마나 충실하게 분석하고 묘사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애덤 스미스에 대한 오해, 1세대 라이벌 경제학자인 맬서스와 리카도, 마르크스 이후 라이벌인 케인스와 슘페터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자들의 고전을 친절하게 읽어주는 재미에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백설공주와 탄광 노동, 셜록 홈스의 추리소설에 등장한 사라진 신부가 미국 ‘강도귀족’은 물론이고 윈스턴 처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같은 흥미로운 분석도 들어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처음으로 독립된 경제학과를 개설했으며 ‘경제학원론’을 통해 오늘날 경제학 교과서의 기본 틀을 제시한 앨프리드 마셜은 “경제학을 하기 위해서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필요하다”는 말을 남겼다. 경제학뿐 아니라 고전은 지금도 우리에게 묻는다. 너의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겁냐고. 그래야만 바른 문제의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또 바꿀 수 있다.

박유안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