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매장은 전국에 직영지점만 90개나 됩니다. 이 중에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 수가 얼마인지 아세요? 200명이 넘습니다.”
올해 1월 한화투자증권 임원 150여 명이 참석한 전략회의에서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는 이렇게 자기 회사 자랑을 했습니다. 증권사의 1월 임원 전략회의는 한 해 회사 운영의 틀을 짜는 매우 중요한 자리입니다. 통상 리서치센터장이 거시경제 전망 등을 발표하는 이 자리에서 왜 헤어디자이너 경력 37년의 강 대표가 강단에 섰을까요.
한화증권은 불황기인 증권업계에서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입니다. 지난해 증권업계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일부 증권사가 구조조정을 벌였지만 대기업 계열사인 한화증권이 350명을 내보내고 임금을 10% 삭감하자 증권업계의 충격이 컸습니다.
무너진 회사 분위기를 추스를 방법을 고민하던 이 회사의 주진형 대표이사는 우연히 강 대표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전국에 ‘리테일 조직’을 갖고 있고, ‘맨 파워’와 소통 능력이 중시된다는 점에서 증권사와 유사한 점이 많은 준오헤어가 잘나가는 비결을 들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증권업계의 업황이 살아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회사가 변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고민에서 강 대표를 초빙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강 대표 강연의 핵심은 ‘책 읽는 직원을 키워라’ ‘보상을 제대로 하라’였습니다. 직원들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고객과 더 편안하게 소통하게 됐고, 고객이 제 발로 찾아오게 됐다는 겁니다. 역량 있는 직원에게는 인센티브를 강화했다는 것도 설명했습니다.
강연 이후 한화증권은 당장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교육 방식부터 바꿨습니다. 본사에 직원들을 모아놓고 진행하는 천편일률적 직원역량 강화교육을 없애고 올해부터는 개인이 필요한 강의를 골라서 듣게 했습니다. 회사 사정이 어렵지만 교육비 지원 액수는 전년보다 4배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또 리더가 원하는 직원을 직접 뽑아 팀을 꾸리게 했습니다. 성과급도 개인별이 아닌 팀별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억대 연봉자 200명을 배출한 미용회사도 평범하진 않고, 이를 증권사 경영에 접목하겠다는 증권사도 놀랍습니다. 한화증권의 변신 시도가 열매를 잘 맺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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