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의 컬러 콘택트렌즈 생산업체인 ‘드림콘’은 18일 여성 아이돌 그룹 ‘걸스데이’와 첫 광고 촬영을 한다. 창업한 지 7년밖에 되지 않은 중소기업이 수억 원을 들여 유명 아이돌 그룹과 전속 계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 덕분이었다.
드림콘이 회사를 설립한 2007년 국내 시장은 이미 바슈롬 등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상태였다. 드림콘은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보다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해외로 진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미국 이탈리아 등 해외 박람회에 꾸준히 출품하면서 하나둘씩 해외 거래처를 만들었다. 이 회사의 수출액은 2011년 100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매년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5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목표는 수출 1000만 달러다.
김영규 대표는 “처음에는 ‘조그만 중소기업 주제에 무슨 수출이냐’며 손가락질을 하던 경쟁 기업들이 이젠 우리의 수출 노하우를 배우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출기업, 성장률 높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중소기업의 수출 기업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수출 중소기업을 2017년까지 10만 곳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이 수출을 시작하면 성장률이 높아진다. 동아일보가 중소기업청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2009, 2010년 10만 달러 이상 규모로 수출을 시작한 248개 중소기업의 2010∼2013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14.9%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은 2001년 이후 창업해 내수시장에 주력하다가 2009년과 2010년 수출을 시작했고 2013년까지 꾸준히 수출에 주력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같은 기간 5인 이상 중소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연평균 11.0%에 그쳤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2006∼2010년 수출 제조기업(수출 비중이 50% 이상)의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3.9%로 내수 제조기업(11.0%)보다 2.9%포인트 높았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수출을 시작하면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좋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중소기업의 수출 기업화는 한국 경제의 성장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자체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 대기업에 수출용 납품 3만곳… 직수출 전환땐 ‘히든 챔프’ 유망 ▼
내수 중소기업의 수출 기업화는 2020년 세계 무역 5강, 무역 2조 달러라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최근 몇 년간 중견기업과 대기업 가운데 수출기업의 수가 계속 줄고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수출 중견기업은 1404곳에서 981곳으로, 대기업은 699곳에서 568곳으로 각각 감소했다. 반면 수출 중소기업은 7만5858곳에서 8만5866곳으로 증가했다.
수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323만 곳에 이르는 전체 중소기업 가운데 수출을 하고 있는 기업은 2.7%에 불과하다. 이들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기준 30.7% 수준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수출기업으로 전환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장상식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중소기업은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국가에 비해서도 고용 및 생산비중이 높은 반면 수출 참여율은 낮다”며 “창의성 역동성 기술성을 갖추고 혁신을 주도하는 중소기업이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수출 확대가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 중소기업, 수출로 경쟁력 높인다
2001년 창업한 제일산업은 아가방, 보령메디앙스 등 국내 유아용품 업체에 어린이용 카시트를 납품하는 전형적인 내수형 기업이었다. 하지만 2005년 세계 시장에 진출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명을 일본어로 최고라는 뜻의 ‘다이이치(第一)’에서 따온 ‘다이치’로 바꾸고 본격적인 변신에 나섰다. 일본시장을 겨냥하겠다는 포부였지만 수출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2010년 일본의 최대 유아용품업체인 ‘피존’사에 42만 달러(약 4억4500만 원) 규모의 카시트를 납품하면서 첫 수출의 감격을 누렸다. 이후 수출액은 지난해 136만 달러(약 14억4300만 원)로 3년 만에 3배가량으로 늘었다. 올해는 일본 300만 달러, 중국과 러시아 싱가포르 등에 300만 달러 등 600만 달러 수출이 목표다.
다이치는 일본 수출을 통해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국내에 자신의 브랜드를 단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지홍 대표는 “일본에 수출한 뒤 우리 제품의 우수한 품질이 소문나기 시작해 자체 브랜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은 기업 수로 보면 전체 기업의 99.9%이며 고용 비중이 86.8%에 이른다. 미국은 중소기업의 고용 비중이 49.1%에 불과하며 일본(76.1%)과 대만(78.1%)도 한국보다 낮다. 그만큼 국내 내수 중소기업의 수출 기업화가 진행되면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직접 수출기업과 ‘히든 챔피언’ 육성이 관건
전문가들은 수출 중소기업을 10만 개로 늘리기 위해선 대기업을 통해 완제품 또는 부품을 수출하는 간접 수출기업을 직접 수출기업으로 전환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3만3000곳은 수출용 완제품 또는 부품을 대기업에 납품하는 간접 수출기업이다. 국제무역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이들 간접 수출기업의 81%는 해외 직수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완제품을 생산하거나 자체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일수록 관심이 높았다.
이들이 직접 수출을 고민하는 이유는 ‘협소한 국내시장’이 79.7%로 가장 높았다. 또 종합 경쟁력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응답도 57.8%나 됐다. 이들 간접 수출기업은 수출에 대해 관심도 있고 제품 경쟁력도 있어 수출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대자동차나 삼성·LG전자에 제품을 납품하는 우리나라 부품업체들의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이 기업들은 국내 대기업의 그늘 아래에서 안주할 게 아니라 세계 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히든 챔피언’을 늘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국내 수출 중소기업 8만5866곳 중 3만5843곳(41.7%)이 수출액 연간 5만 달러 이하의 영세한 업체다. 전체 수출 중소기업의 80%는 수출 품목이 4개 이하이며 수출 대상국도 3.1개국 수준이다. 수출 강소기업으로 분류되는 연간 500만 달러 이상 수출 기업은 3992개사에 불과하다.
홍지상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500만 달러 이상 수출 강소기업 비중이 2.3%에 불과한데 이를 5%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정부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