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5년 간극의 포스코 전-현직 CEO, 너무 다른 취임 일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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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기자
김창덕 기자
“비축된 재력으로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겠습니다.”(2009년 2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현재 테이블 위에 올라 있는 수십 개의 신사업을 비판적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겠습니다.”(2014년 3월, 권오준 포스코 회장)

포스코 전·현직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취임 일성이다. 마치 대통령선거에서 정권교체라도 일어난 듯 달라도 너무 다른 목소리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취임 기자간담회 당시 “2018년 매출 100조 원 달성으로 포스코를 글로벌 빅3 철강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5년이 지나 바통을 이어받은 권 회장은 재무구조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매출액 목표나 글로벌 순위란 공격적인 비전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두 사람의 취임 시기만 놓고 봤을 때 포스코가 처한 환경은 다르다.

정 전 회장이 취임했을 때 포스코는 어려울 게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철강 수요가 감소해 2008년 12월부터 감산에 들어갔지만 경영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정 전 회장의 발언에서처럼 모아둔 돈도 많았다. 철강사업만으로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힘들다고 판단한 정 전 회장은 사업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 2008년 31개였던 계열사 수는 2011년 70개까지 늘어났다.

권 회장은 그렇게 늘어난 프로젝트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상당수는 중단 또는 폐기할 방침이다. 현재 46개까지 줄어든 계열사도 필요하면 더 줄이겠다고 했다. 회사 부채가 크게 늘어난 데다 영업이익률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건실한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던 포스코였지만 최근 들어선 신용등급이 계속 하락했다. 권 회장으로서는 이런 포스코를 예전 모습으로 되돌려놓는 것이 첫 번째 과제가 된 것이다.

환경이 달라지면 기업은 그에 맞게 전략을 바꿔야 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면 과감한 유턴도 필요하다.

권 회장은 “또 다른 50년을 바라보면서 미래 경쟁력을 찾겠다”고 했다. 그의 말이 꼭 지켜졌으면 한다. 적어도 그가 야심 차게 추진한 사업들이 후임 CEO에 의해 대거 폐기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김창덕·산업부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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