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문어발 기업’에 인수되면 혁신성 떨어진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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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이 서로 다른 다수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의미하는 다각화 전략은 다양한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지닌다. 그중에서도 미국 시카고대 아밋 세루 교수는 다각화 전략이 기업의 연구개발(R&D)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을 가졌다. 세루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각화를 추진하는 기업에 인수된 기업(피인수 회사)은 혁신성이나 독창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루 교수는 분석을 위해 인수 후보에 오른 기업, 즉 피인수 대상 기업을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눴다. 즉, A그룹은 우호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인수가 완료된 기업(피인수 성공기업)으로 구성했고, B그룹에는 M&A 협상 실패로 인수가 되지 않은 기업(피인수 실패기업)들을 한데 모았다. 이후 A그룹과 B그룹 각각에 속해 있는 기업들이 생산한 특허의 인용 횟수를 비교했다. 특허 인용 횟수가 많을수록 R&D의 독창성이 높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A그룹에 속한 기업들의 경우 B그룹에 속한 기업들에 비해 인수합병 후 특허 인용 횟수가 60%가량 감소했다. 특허 인용 횟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기업의 창의성이나 독창성을 반영하는 R&D활동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 같은 인용 횟수 감소는 다각화 기업에 인수된 기업에서만 나타났다. 다각화 정도가 약한 기업에 인수된 기업에서는 피인수 성공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특허 인용 수가 감소하지 않았다.

기업의 다각화 전략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외부 자본시장의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외부 자본시장은 정보 불균형과 대리인 문제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우며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부 자본시장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세루 교수의 연구 결과는 이런 견해를 지지하지 않는다. 이 연구에 따르면 다각화 기업에 인수된 기업은 혁신성과 독창성이 떨어진다.

다만 M&A와 다각화 전략이 항상 부정적이기만 하다는 식으로 이 연구 결과를 해석해서는 안 된다. 창의성이나 독창성이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는 분야라면 다각화 전략이 지니는 장점이 더 강하게 반영될 수도 있다.

전상경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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