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팬택과 손잡고 ‘브루클린 프로젝트’, 새로운 스마트폰의 탄생 기대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0일 03시 00분


현대카드
디자인 기획 마케팅 맡고, 팬택이 스마트폰 제조
특유의 철학-감성 담아 차별화된 제품 만들 것

“엔지니어가 지배하는 기업문화, 비전이 아니라 강박관념으로 보인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올 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정보기술(IT) 제품 트렌드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고화질(HD) TV, 손목시계 스마트폰, 곡면 TV와 같은 첨단 제품에 대해 “쓰임새가 의심되는 첨단제품”이라고 혹평했다.

자칫 논란을 부를 수도 있었던 이 글에 500명 가까운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추천을 했다. 정 사장이 제품 개발자를 무조건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 문제를 “엔지니어링을 묶어주는 지향점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고객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립하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모든 제조업체가 고민하고 있는 이러한 화두에 현대카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 팬택과 손을 잡고 새로운 스마트폰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브루클린 프로젝트’라는 이름도 내걸었다. 어둡고 칙칙한 공장지대에서 활기차고 유행을 주도하는 장소로 변모한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처럼 팬택을 바꾸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현대카드가 디자인과 브랜드 전략기획, 마케팅을 맡고 팬택은 기술과 제조, 판매를 맡기로 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1∼6월) 신제품이 나온다. 카드사, 은행 등 대부분의 금융사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고 모바일 특화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서비스에 치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도전이다.

현대카드는 “특유의 디자인 철학과 감성을 신제품 스마트폰에 담아 현대카드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과 현대카드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디자인에 주목한다. 2003년 카드 사태가 터졌을 때 현대카드는 카드 디자인을 중시한 ‘현대카드M’을 내놓으며 업계의 판도를 뒤바꿨다. 2003년 6300억 원의 적자를 낸 시장 점유율 2%의 초라한 회사는 디자인 경영을 발판으로 모두가 주목하는 카드업계 2위의 탄탄한 ‘혁신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IT 업계의 한계를 깨보겠다는 도발적인 발상도 담겨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굳어진 타성과 공급자 중심의 접근법을 과감히 깨뜨리겠다”며 “기존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새로운 스마트폰의 원형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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