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중국 최대 국영 조선업체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이 1만8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선박을 수주했다. 2000년대 들어 중소형 저가 선박 물량을 싹쓸이해 온 중국이 2008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이어 한국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에도 첫발을 디딘 것이다.
국내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제대로 건조해 납기까지 지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과거 1만 TEU만 넘어가면 무조건 한국에 발주했던 중국 해운업체들이 자국 조선소에 1만8000TEU급을 발주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의 10대 주력품목 중 하나인 화물선박은 2010년부터 중국의 10대 수출품목에도 포함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한국의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른 산업은 조선업뿐만이 아니다.
○ 한중, 100대 수출 품목 30% 겹쳐
저렴한 인건비와 원재료 비용을 무기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이 거대한 내수시장과 막강한 자본을 등에 업고 한국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주요 산업에서 대기업 육성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한국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19일 동아일보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의뢰해 한중 10대 수출 주력품목을 비교한 결과 양국 간 수출품목 중 겹치는 품목은 2000년 4개에서 2013년 6개로 늘었다. 이들 품목은 휴대전화, 반도체, 정밀기계, 화물선, 석유제품, 휴대전화부품이다. 범위를 100대 수출품목으로 확대하면 2000년 22개에서 2013년 30개로 늘어난다.
중국과 경쟁관계에 놓인 주력산업에서 한국은 시장점유율이 조금씩 하락하는 반면 중국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주요 산업인 스마트폰, 액정표시장치(LCD), 석유화학, 철강, 조선업의 최근 5년간 세계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스마트폰과 철강을 제외한 3개 산업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들었지만 중국은 5개 산업 모두 시장점유율이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조선업은 수주잔량 기준으로 2008년부터 중국이 앞서고 있다.
○ 기술 추격 거세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중국의 기술 추격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내놓은 주요국별 산업기술 수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전체 평균 기술 수준은 한국이 83.9, 중국이 71.4로 12.5포인트 차이가 났다. 2011년 같은 조사에서 양국 간 격차는 13.3포인트였다. 특히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IT 분야의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중국의 기술 추격에 대한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자동차 강판 분야에서 한중 간 기술 격차가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었다. 중국의 기술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가 제품 생산에 주력하던 중국의 철강업체들이 이제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용 강판까지 넘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산업 역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삼성, LG, 한화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신수종사업으로 꼽고 있는 태양광산업에서 중국은 세계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은 생산량에서 중국이 앞서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은 한국 3만7000t, 중국 6만2000t으로 2배 가까이로 차이가 난다. 중국 기업들이 폴리실리콘을 대량 생산하면서 세계시장 가격이 폭락해 국내의 대표적인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인 OCI와 한화케미칼 등이 유탄을 맞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선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실장은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입지를 넓혀 온 중국 기업들이 최근 기술력까지 높아지면서 한중 간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한국 전체 수출량의 25% 이상이 중국으로 나가는 만큼 중국의 산업 성장은 한국 제품의 수출 둔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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