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유경선 회장 공판서 주장… “3, 4차례 만남뒤 전화로 협의
대표직 보장 대가로 정보 얻어”… 사전접촉 금지룰 위반 시인
유진기업이 2007년 매출액이 두 배나 많은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입찰가격을 2000억 원이나 더 써낸 GS리테일을 제치고 최종 인수자로 선정된 막후에는 당시 하이마트 대표인 선종구 회장(67)의 조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법정에서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19일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이면계약을 맺은 혐의로 기소된 선 회장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58)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유 회장은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인수 전 선 회장을 따로 만나 인수 가격과 입찰 경쟁업체 동향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인수과정에서 인수대상 회사 대표를 접촉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이어 유 회장은 “선 회장 도움 덕분에 대기업을 제치고 인수에 성공했다. 선 회장은 지분 확대(20%→40%)와 대표이사 직 유지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면 인수가 무산될까봐 모두 들어줬다”고 주장했다.
유 회장은 유진그룹이 롯데쇼핑, GS리테일 등과 하이마트 입찰 경쟁을 벌이던 2007년 10월 30일 지인의 소개로 선 회장을 처음 만났다. 일주일 뒤 선 회장은 유 회장을 대치동 하이마트 본사로 불러 “(예비 입찰에서) 롯데쇼핑은 내가 떨어뜨렸다” “(인수 후) 지분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국밥집 등에서 한두 번 더 만났고 선 회장 아들의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입찰 과정을 상의했다. 선 회장은 유 회장에게 최종 입찰가격을 1조9500억 원으로 쓰라며 “가격만으로 인수 업체가 결정되는 건 아니다”라고 코치했다는 것이다. 결국 유진그룹은 GS리테일보다 2000억 원 싼 금액에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같은 해 12월 최종 계약이 맺어지자 선 회장은 자신의 기존 하이마트 지분(20%)보다 많은 40%를 갖게 해달라고 하고 대표이사 직도 계속 맡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GS리테일이 제시한 입찰 가격과의 차액 2000억 원 중 400억 원(지분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요구했다.
유 회장은 “선 회장의 제안이 향후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거절하면 더 큰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수용했다”며 “이면계약을 한 뒤부터 인수 결정을 계속 후회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6시간 넘게 진행된 재판 내내 유 회장은 선 회장을 ‘선배님’이라고 불렀지만 둘은 눈을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인수 금액 1조9500억 원 중 70% 이상을 차입금으로 충당한 후유증으로 자금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2012년 하이마트를 다시 매각했다.
한편 유 회장은 1월 유진그룹과 관련한 수사 무마 대가로 김광준 전 검사에게 7679만 원 상당의 금융이익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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