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사진)의 집행유예 판결 이후 잇따라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는 등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그룹 총수가 아니고서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란 점에서 김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한화케미칼은 최근 자회사인 제약사 드림파마를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한화L&C도 건축자재 사업부문을 7월까지 매각하기로 하고 미국계 사모펀드인 모건스탠리를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한화는 전국에 100여 곳의 매장을 보유한 편의점 체인 ‘씨스페이스’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한화생명은 이번 주 초 노동조합에 명예퇴직 실시를 위한 협상을 통보했다.
인수전에 뛰어든 곳도 있다.
한화케미칼은 미국의 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의 기초화학부문을 인수하기 위해 최근 자문사를 선정했다. 김 회장의 차남 김동원 씨가 한화L&C 입사를 앞두고 있는 등 경영권 승계 작업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김 회장의 경영 복귀와 관련해 한화 측의 공식 설명은 형 확정 이후 7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모두 사임하는 등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사업 구조조정은 그룹의 공식적인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비상경영위원회가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형 확정 전인 지난해 1월부터 우울증과 폐질환 등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입원 치료를 받았다. 한화 측에 따르면 김 회장은 판결 이후에도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
하지만 비상경영위원회가 김 회장과 상의 없이 결정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4월 출범한 비상경영위원회는 그동안 사업 매각이나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 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 김 회장 공백 기간에 한화는 ING생명 인수를 중도 포기한 바 있다.
김 회장은 2007년 폭행사건으로 집행유예 및 사회봉사명령 선고를 받은 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일본으로 요양을 갔다가 3개월여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