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현대증권 본사에서 만난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은 “더이상 현대증권에 ‘노조 리스크’는 없다”면서 “올해는 완전히 달라진 현대증권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현대증권 본사에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1층 복도에 있었던 노조 게시판이 사라진 대신 고객이 앉을 수 있는 소파가 들어섰다. 회사 경영진을 비방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던 게시판이 없어지면서 사라진 건 또 있다. 매년 노조가 참가해 이런저런 요구를 해 난항을 빚었던 주주총회도 올해는 잡음이 사라져 15분 만에 끝났다.
“이제 노조 리스크는 없습니다. 얼마 전 노조와 단체협약을 개정했기 때문에 인사 및 경영에 노조가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52)은 최근 현대증권 본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단언했다.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시장에 나온 현대증권의 매각에 가장 걸림돌이 됐던 강성노조 문제가 해결됐다고 선언한 윤 사장은 ‘달라진 현대증권’을 강조했다.
○ “장부가-시장가 간극 좁힐것”
윤 사장은 최근 전국 지점을 돌면서 직원들과 소통의 장을 열고 있다.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의 자발적 변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매각과 무관하게 현대증권은 지금 상태로 유지돼서는 안 됩니다. 비용을 줄이고 실적을 더 내 회사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매각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윤 사장은 이를 위해 임금 체제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호봉별로 같은 임금을 주지 않고 성과가 높은 조직과 직원에게는 포상을 늘리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조직과 직원에게는 임금을 낮춰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일부 인력조정도 진행된다. 리서치센터 인력을 30% 줄이면서 기존 15개 팀이던 리서치센터 조직을 10개 팀으로 축소했다.
이렇게 비용을 줄이고 회사가치를 높여야 매각도 순조로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그룹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내놓은 현대증권의 장부가는 6000억 원 선으로 시장 평가액(약 4000억 원)과 차이가 크다.
○ 3년내 운용자산 10억 달러 목표
윤 사장은 주식시장이 활성화돼도 브로커리지(위탁매매)를 통한 영업에만 의존하는 증권사는 생존할 수 없다고 본다. 신규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기 위해 과거 리테일사업부문에 속했던 상품전략본부를 사장 직속으로 개편했다. 신규 전략상품 출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신규 핵심 전략 중 하나는 카드사업이다. 최근 증권업계에서 처음으로 독자적으로 내놓은 체크카드인 ‘에이블카드’는 출시 40여 일 만에 6만 장이 발급됐다. 윤 사장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바탕으로 체크카드 발급 규모를 200만 장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CMA에 모인 자금을 신규 수익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모인 자금은 온라인 펀드몰인 에이블펀드 마켓 등으로 흡수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증권업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윤 사장이 더 신경 쓰는 건 해외사업이다. “앞으로 증시가 살아나도 국내 영업에만 의존해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게 윤 사장의 시각이다.
윤 사장은 “제조업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스포츠 분야에서는 김연아 이상화 선수가 일등을 하는 마당에 유독 금융산업만 세계 최고가 없다”며 “한국의 우수 인력과 콘텐츠로 ‘금융 한류’를 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기존 해외진출 전략으로는 금융 한류는 어렵다고 본다. 윤 사장은 현지법인 가운데 수익이 나지 않는 지점은 철수하는 대신 한국에서 잘 훈련된 인력을 내보내 상품 운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다. 그는 “한국 드라마를 해외인이 즐기듯이 한국 인력이 운용하는 우수한 금융상품을 해외인이 사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7월 싱가포르에 헤지펀드자산운용사와 트레이딩전문법인을 설립하면서 사내 공모를 통해 뽑은 인력을 파견했다. 앞으로도 해외 운용에 특화된 인력을 훈련해 추가로 파견할 계획이다. 한때 거래규모로 세계 1위였던 한국의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 훈련된 전문가를 홍콩 현지법인에 파견하기도 했다.
윤 사장은 “국내시장의 한계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해외에서 승부하겠다”며 “올해부터는 해외 사업이 본격적인 수익을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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