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채용에서 이른바 ‘스펙’을 타파하겠다며 도입한 ‘길거리 캐스팅’을 1년 만에 폐지한다. 길거리 캐스팅은 인사담당자들이 새벽 버스를 타거나 대학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1차로 선발한 뒤 4개월간 인성과 역량을 평가해 최종 합격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현대차가 자기 추천제, 친구 추천제와 함께 발표한 열린 채용 프로그램 ‘더 에이치(the H)’ 중 가장 파격적인 모델로 주목을 끌었다.
현대차는 이 방식을 도입한 후 부작용이 많다는 사내외 지적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방 대학생들이 인사담당자들의 눈에 띄려고 서울시내 유명 대학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도서관에 밤늦게까지 남아 있는 등 길거리 캐스팅 전형에만 매달리는 취업 준비생이 생겨나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열린 채용 프로그램의 틀을 유지하는 대신 길거리 캐스팅을 대체할 다른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학벌보다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등 최근 정부가 스펙 타파 채용을 강조하면서 열린 채용이 늘고 있지만 시행착오도 적지 않다.
올 1월 삼성그룹은 매년 대학 총장들에게 약 5000명을 추천받아 서류전형을 면제해 주는 ‘대학 총장 추천제’를 도입했다가 “대학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 2주 만에 백지화했다. SK그룹은 올해 개인 오디션과 합숙 면접만으로 인재를 뽑는 ‘바이킹 챌린지’ 채용 과정 중 직무역량 평가를 추가하기로 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정부가 시키니 열린 채용을 ‘보여주기’ 식으로 도입했지만 막상 뽑고 보면 학점이 모자라 공채 지원 자격조차 안 되는 명문대생들이 수두룩하다”고 털어놨다.
기업들의 오락가락하는 채용 방침에 취업준비생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부산 지역 대학에 다니는 이모 씨(26)는 지난해 여름방학 서울 친구 집에 머물며 친구 학생증을 빌려 매일 오전 7시 연세대 도서관으로 ‘출근’했지만 현대차 채용팀의 눈에 띄지 못했다. 바이킹 챌린지 오디션에서도 낙방했다. 그는 “서울에서 돈만 쓰고 내려와 화가 난다”며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지만 허사였다”고 말했다. 그는 길거리 캐스팅이 폐지된다는 소식에 “기업이 이랬다저랬다 하니 도대체 취업준비생들보고 어떡하란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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