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되기 전의 총알은 그저 50g짜리 작은 쇳덩어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방아쇠를 당겨서 이 총알이 발사됐을 때 그 폭발력이란 무시무시하죠. 창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 안에 숨겨져 있는 총알을 두려움 없이 발사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창조경제입니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이 18일 동아일보와 만나 창조경제 실현과 일자리 창출의 중요 동력으로 이스라엘 청년 창업가들과 같은 도전정신을 꼽았다. 국내에서 이스라엘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윤 차관은 “뛰어난 창업경제로 유명한 이스라엘 젊은이들과 비교해 한국 젊은이들의 역량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며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거침없이 도전하는 용기가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창업경제로 유명한 나라다. 인구 약 770만 명에 영토는 남한의 5분의 1에 불과하고 자원도 처절하리만치 부족하다. 하지만 연간 창업 기업 수는 유럽 전체 수와 맞먹고, 지식자원은 세계 3위 수준이며, 이를 바탕으로 대학 한 곳이 벌어들이는 연간 특허 수익만도 조 단위에 이른다는 게 윤 차관의 설명이다.
윤 차관은 “한국과 이스라엘은 비슷한 점이 많은데 그중 하나는 두 나라 모두 천연자원이 거의 없고 가진 것은 오로지 인적자원, 두뇌밖에 없다는 점”이라며 “이런 나라에 창조경제는 숙명과 같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가진 것이 없기에 목표물(성공)에 맞지 않아도 과감히 총(도전)을 쐈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의 수자원 처리 기술을 볼까요. 1t의 바닷물을 식수로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2달러에 불과하고 폐수의 75%까지 다시 쓸 수 있는 물로 재활용할 정도입니다. 물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도전과 혁신을 거듭해서 이뤄낸 결과죠.”
윤 차관은 이스라엘이 인구가 많지 않기에 모든 분야의 모든 인력을 혁신에 활용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 예로 2002년 인텔이 ‘무어의 법칙’(반도체 메모리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 한계에 부닥쳐 하락세를 면치 못할 때 인텔을 구한 건 인텔 이스라엘 연구소의 운전병 출신 전문가였다. 그는 모두가 반도체 칩의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골몰할 때 “엔진만 갖고 그럴 게 아니라 기어를 붙여서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말해 인텔의 유명한 ‘듀얼코어’ 개발에 일조했다. 듀얼코어의 개발로 당시 인텔의 주가는 8배나 뛰었다.
구글을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 반열에 올리는 데 기여한 ‘구글 서제스트’ 기능을 개발한 연구자 역시 이스라엘 출신의 여성 연구원이었다. 윤 차관은 “그 연구원은 성경 색인학자 출신으로 성경 구절 찾기 노하우를 검색에 적용해 혁신을 이끌었다”며 “이처럼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이종(異種) 간 융합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차관은 “최근 이스라엘의 슬로건은 ‘이스라엘 인사이드’라며 모든 컴퓨터에 인텔 칩이 들어가 ‘인텔 인사이드’라는 로고가 붙는 것처럼 전 세계 모든 물건에 이스라엘 특허가 하나씩은 들어가게 하자는 게 슬로건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그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도 이스라엘 특허가 4개 이상 들어가 있다”며 “공장 한 개 없이도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이 같은 이스라엘의 경쟁력을 한국도 배우고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차관은 이스라엘과 다른 우리나라의 문제점으로 △벤처 시장에 ‘투자’가 아닌 ‘융자’의 물이 가득하고 △이스라엘 청년들과 달리 국내 청년 창업가들이 영어 등 의사소통 부분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싸우기 부족한 면이 있다는 점 △이 때문에 과감한 창업과 세계 시장 도전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윤 차관은 “융자의 물을 투자의 물로 바꾸고, 이종 분야의 소통과 융합을 이루게 하는 것, 이를 통해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는 게 한국 창조경제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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