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사용해서 구글에서 정보를 검색하거나 뉴스를 확인하고 페이스북에 접속해 친구들의 근황을 살펴본 후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책을 구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처럼 요즘 누구나 하는 일상적인 행동에 활용된 미국 4개 기업 시가총액의 합은 총 1330조 원(애플 510조 원+구글 440조 원+페이스북 200조 원+아마존 180조 원)으로 한국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시가총액(1100조 원)보다 많다.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이 모바일메신저 업체 ‘와츠앱’이라는 회사를 사들였다. 직원이 60명도 안 되는 작은 규모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페이스북이 들인 돈은 20조 원. 우리나라 기업 중 시가총액 20조 원을 넘는 기업이 10개밖에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마어마한 미국 기업들의 시가총액, 그리고 이들이 기업 인수에 지불하는 금액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 분명한 건 얼마나 많은 미국의 신생 기업이 또 다른 ‘와츠앱’을 꿈꾸고 있는지, 어떻게 미국에서는 매년 조 단위의 시가총액 기업들이 생겨나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 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자들은 지난해 약 4000개 기업에 30조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섹터별로 보면 소프트웨어기업이 전체 투자 중 3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터넷, 생명과학 회사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업종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최근 2∼3년간 가장 뜨거운 업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5년간 투자시장이 불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기업들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가 해당 기업들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볼 수도 있다. 미래도 밝다. 구글은 2014년에도 2조 원 이상을 기술개발비용으로 책정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물론 거품투자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획기적인 C형 감염 치료제를 출시한 대표적 생명과학업체 ‘길리어드’가 치료제의 원천기술을 가진 ‘파마셋’이라는 회사를 2011년 12조 원에 인수할 당시 시장은 그 가치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들은 명확한 사업 구조를 활용해 확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구글이 사들인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뮤직 비디오와 동영상을 볼 때 광고에도 노출된다. 구글은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무인자동차, 초고속망, 스마트안경 등에 20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해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한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아마존 사이트를 찾은 미국인은 약 1억 명이다. 아마존은 강력한 유통망을 통해 10만 원 이상의 상품을 구매한 고객의 집으로 책뿐만 아니라 채소나 우유 등 생필품까지 무료 배송해준다.
신생 기업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투자는 유럽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들에서 보기 어려운 역동성을 만들며 미국을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불황에도 계속된 투자가 테슬라 같은 회사를 만들었고, 그 회사가 전기차 시장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동시에 자동차 시장의 판도까지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거품은 있다. 지금도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수많은 기업이 도태되고 있으며 일부 인터넷, 생명과학 기업 중 덩달아 주가가 상승한 기업도 많다.
하지만 실패가 무서워 도전하지 않는다면 미래도 없다. 한국에서 코스피 시가총액 중 상위 50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이다. 한국 경제는 아직 대기업 위주의 발전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인프라 환경과 우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처럼 적극적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은 이미 갖춘 것이다. 이젠 미국이 가진 활발한 투자 문화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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