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6205달러(약 2870만 원)로 올해 초 정부 추산(2만5106달러)보다 1000달러 이상 늘었습니다. 1인당 GNI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국민소득을 집계하는 통계 기준이 올해부터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2012년분까지 한은이 GNI를 추산할 때 썼던 통계 기준은 1993년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013년분을 발표한 올해부터는 2008년 유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월드뱅크 등이 협의해 만든 새 통계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당시 각국 관계자들이 모여 새 통계 기준을 논의할 때 끝까지 논란이 된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군사무기를 소득에 포함시킨다’는 항목입니다. 전투기, 탱크, 잠수함 등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군사무기는 소득에 포함시킨다는 겁니다.
“군사무기가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평화 서비스’를 생산하는 시설로 봐서 소득에 넣어야 한다”는 게 당시의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반대도 거셌다고 합니다. 내전이나 전쟁을 치르는 국가에서 무기 생산이나 수입을 크게 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해당국가의 실제 경제는 마비된 상황인데도 국내총생산(GDP)이나 1인당 GNI가 치솟게 되는 모순이 벌어진다는 게 반대의 이유였습니다.
찬반이 거셌지만 군사무기가 소득에 포함되기까지 미국의 역할이 컸다고 알려졌습니다. 한 한은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무기를 소득에 포함시켜 GDP와 1인당 GNI 등을 발표해 왔다”며 “국제기구 대표들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적용한 기준을 배제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군사무기 수출국인 미국은 무기를 소득에 포함하면서 GDP가 0.5% 증가했습니다. 한국(0.3%), 호주(0.1%), 캐나다(0.1%)보다 무기로 인한 GDP 증가폭이 컸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나라에서 경제지표 기준을 입맛에 맞게 바꾸도록 영향을 행사하면 경제 현황을 정확하게 측정한다는 경제지표의 본래 취지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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