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셰프는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다. 매년 요리 전문학교에서 수천 명의 새내기 요리사가 배출되며 레스토랑 평가지 미슐랭 가이드가 이들을 평가한다. 프랑스 정부도 최고 명장을 찾아내 ‘요리 기능장(MOF·Meilleur Ouvrier de France)’으로 인증한다.
미슐랭 가이드 최고점인 ‘미슐랭 3스타’와 ‘MOF’ 인증은 셰프들에겐 양대 명예훈장으로 통한다. 둘 중 하나만 받아도 한 끼에 수백만 원씩 하는 밥값을 내겠다며 전 세계에서 찾아온 손님들이 줄을 선다. 웬만해선 쉽게 주방을 떠나지 않는 스타 셰프들이 최근 부쩍 자주 나타나는 곳이 있다. 삼성전자의 ‘클럽 드 셰프’ 행사장이다.
클럽 드 셰프는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셰프들의 노하우를 가전제품에 담겠다며 지난해 6월 꾸린 프로젝트다. 미셸 트루아그로, 크리스토퍼 코스토프, 에리크 트레숑 등 미슐랭 3스타 셰프들이 먼저 참여했고 올해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단골 요리사로 1993년 MOF 인증을 받은 에리크 프레숑과 이탈리아의 스타 셰프 다비드 올다니가 합류했다. 클럽 드 셰프가 출범한 뒤로 삼성전자 생활가전을 다룬 외신 기사가 2배 이상 늘었을 만큼 화제다.
삼성전자가 대체 얼마를 줬기에 이들을 움직일 수 있었을까. 사실 이들은 전원 별도의 라이선스나 로열티 없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소정의 활동비와 이동비, 식재료 구입비만 제공한다”고 했다.
27일(현지 시간) 파리 ‘에피퀴르’ 식당 주방에서 만난 프레숑 셰프는 바쁜 시간을 쪼개 무보수로 클럽 드 셰프에 참여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슐랭 3스타와 MOF는 가장 명예로운 타이틀인 동시에 프랑스 요리를 더 발전시키고 세계에 알리라는 미션이기도 하다. 삼성과 협력해 임무를 완수하고, 또 나만의 노하우가 담긴 가전제품이 출시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
클럽 드 셰프의 연중 가장 중요한 일정은 멤버들에게 직접 삼성 가전제품으로 요리를 해보게 하는 워크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워크숍 규모를 더 키워 전문 셰프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참여시켰다.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프로슈머들이다. 26일부터 이틀간 열린 워크숍은 파리의 ‘페랑디 스쿨’에서 진행됐다. 1920년 문을 연 페랑디 스쿨은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요리학교로 매년 수천 명이 요리사의 꿈을 안고 입학한다. 지난해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이 학교와 협력 계약을 맺은 삼성전자는 올해 9월에는 삼성전자 주방가전으로만 채워진 ‘삼성 키친 클래스’를 연다.
브루노 드 몽트 페랑디 학장은 “단순히 제품을 기증받는 게 아니라 우리 학생과 교수진이 삼성전자의 신제품 구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워크숍 첫날 셰프 컬렉션 차기 제품 콘셉트를 페랑디 교수진에게 선보인 데 이어 다음 날 에리크 로베르 교수가 정어리 파이를 만들기 위해 오븐을 열어 팬을 집어넣고 온도를 설정하는 전 과정을 녹화했다.
이윤철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최고 명장들이 오븐 손잡이를 잡고 열어 팬을 집어넣는 동작과 온도를 맞추는 노하우 하나하나가 제품을 만드는 데 귀중한 팁이 된다”고 설명했다.
셰프의 요리비법을 열심히 받아 적고 따라 하는 소비자들 사이에도 직원들이 배치돼 대화와 행동을 관찰했다. 한 직원은 “한 소비자가 오븐을 켜는 버튼을 못 찾아 헤매는 모습을 봤다. 사소한 문제점까지 찾아내 후속 제품에 반영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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