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2의 도시 바젤을 관통하는 라인 강. 도시는 라인 강을 중심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구시가지에 위치한 붉은 벽돌의 시청사는 1516년에 지어졌다. 50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청사로 쓰인다. 곳곳의 교회들도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했다.
라인 강을 건너면 신시가지가 펼쳐진다. 그 한복판에서 세계 최대의 시계 박람회인 ‘바젤월드’가 매년 열린다. 올해 43회째다. 27일(현지 시간) 개막한 바젤월드에는 전 세계에서 1400여 개의 시계 및 부품 제조회사가 참가했다.
과거의 중심지인 구시가지와 미래를 여는 신시가지, 그리고 그 가운데로 영원히 흐를 듯한 라인 강. 영속을 꿈꾸는 도시를 상징하듯, 올해 바젤월드는 ‘어떤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는 정확한 시계’를 테마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스위스 태그호이어가 선보인 ‘모나코 V4 투르비용’은 아주 작은 오차마저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 시계다. 이 제품은 2004년 세계 최초로 개발된 ‘벨트 구동 방식’을 진화시켜 새로 선보였다. 대다수의 시계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도는 식으로 작동한다. 시간이 지나면 마모가 생기고 오차가 발생한다. 태그호이어는 톱니바퀴를 벨트로 이어 마모를 없앴다. 여기에다 중력의 영향을 없애 시간 오차를 줄이는 ‘투르비용’ 기술을 추가로 적용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각 시계 제조업체들이 자체 개발한 무브먼트(‘시계의 심장’으로 불리며, 시곗바늘이 돌아가게 하는 기관)도 대거 선을 보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대다수 회사들이 스와치의 무브번트를 공급받았다. 하지만 스와치의 사정에 따라 생산에 영향을 크게 받는 상황이 계속되자 자체 개발에 나섰다.
창립 130주년을 맞이한 브라이틀링이 내세운 ‘크로노맷 에어본’도 자체 무브번트를 사용했다. 이 브랜드의 목표는 ‘비행기 조종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강인한 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토대로 브라이틀링은 1984년 크로노맷 모델을 개발했다. 30주년을 맞은 올해 선보인 크로노맷 에어본은 하늘 위에서, 그리고 조종석 뚜껑을 열고 닫을 때 가해지는 압력을 이겨내는 케이스를 사용했다.
해리윈스턴이 선보인 ‘프로젝트 Z8’에는 자기장의 영향을 줄여주는 소재의 스프링이 들어갔다. 그만큼 오차가 줄어든다. 제니스의 ‘엘프리메로 라이트웨이트’는 카본 소재로 케이스를 만들어 가벼운 착용감을 극대화했다.
완벽한 시계를 만들기 위한 경쟁이 예전보다 더 치열해지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스위스시계산업연합에 따르면 스위스의 2013년 시계 수출액은 2012년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전까지는 성장률이 계속 두 자릿수였다. 장폴 지라딘 브라이틀링 부회장은 “고가의 시계 브랜드들은 경기를 많이 타지 않지만 소비자의 움직임을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앞으로 시계 제조회사들은 첨단 기능을 앞세워 까다로운 소비자를 공략하는 전략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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