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삼성SDI와 제일모직에 이어 2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병하자 다음 순서가 어디가 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계에선 비슷한 사업 분야를 맡고 있는 계열사들에 대한 삼성의 추가 구조조정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으로 나뉘어 있는 건설 부문이 대표적이다.
3일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1등 지향주의’와 전략 이행 속도를 감안할 때 조정이 필요한 사업 부문에 대한 조치가 계속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사적인 체질 개선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의미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마하경영’ 메시지가 연초부터 강조되고 있다는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 고전 중인 건설 사업
건설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은 삼성의 전체적인 경쟁력 강화에 꼭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삼성의 건설 사업은 크게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중공업도 두 회사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건설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매출 28조4334억 원에 영업이익 4333억 원을 올렸다. 이 회사는 건설과 상사 부문으로 사업구조가 나뉘는데 매출의 약 50%, 영업이익의 약 70%가 건설 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건설업계 1위’로 꼽히는 현대건설(매출 13조9383억 원, 영업이익 7929억 원)과 비교했을 때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매출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절반 이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 9조8063억 원에 1조28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삼성 관계자는 “건설 부문에 대한 그룹 차원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건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며 “삼성물산(건축, 토목 중심)과 삼성엔지니어링(화공 플랜트 중심)은 사업 분야도 달라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인 ENR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통합할 경우 해외 매출 기준 세계 5위권, 전체 매출 기준 10위권의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건설 부문의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중공업의 건설 사업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2월부터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경영진단(감사)을 받고 있어 이 과정에서 건설 사업에 대한 처방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 ‘3세 구도’ 어떻게 짜나
계속 이어지는 사업 조정 과정에서 삼성의 ‘3세 사업구도’가 어떻게 짜일지도 관심이다. 지금까지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전자·금융’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호텔·건설·중화학’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패션·미디어’식으로 그룹이 나뉘지 않겠냐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화학부문 합병 과정에서 이런 공식이 다소 흔들리고 있다. 당초 삼성석유화학 지분을 33.2%를 가지고 있던 이부진 사장의 지분이 삼성종합화학으로 합병한 뒤에는 4.9%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가 전자 계열인 삼성SDI란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SDI는 삼성물산 지분 7.18%를 보유하고 있는데 제일모직 인수가 마무리되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도 13.1% 확보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구조조정 작업은 당장은 기업 경쟁력 강화가 목표겠지만 본격적인 3세 구도를 짜기 위해서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건설처럼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여러 계열사로 나뉘어 있고 특별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금융 부문에 대해서도 조만간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 금융 계열사들 중 일부는 최근 인원 감축 같은 구조조정 움직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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