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줄어드는 개인 稅혜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7일 03시 00분


비과세 - 감면 53개 폐지 방침

정부가 올해 말이 일몰(日沒)시한인 각종 비과세 및 세금 감면 저축상품들에 대한 혜택을 대폭 축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신용카드 소득공제, 농어민 대상 세제 혜택 등 올해 말 끝나는 개인대상 세제 혜택도 원칙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관련 제도들이 이미 정책적 목표를 달성해 더는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8월에 정부가 내놓을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이런 내용이 한꺼번에 반영되면 주요 수혜자인 월급쟁이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이 훤히 드러나는 직장인들의 ‘유리지갑’을 털어 세수부족분을 채운다는 지적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기획재정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비과세·감면 금융상품 과세 정상화 방안’ 보고서에서 “금융상품에 대한 비과세와 감면 제도를 현 시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저축 증대를 위한 조세 지출이 자원 배분을 왜곡할 뿐 국민 저축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게 이유다. 정부 역시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혜택을 주기로 한 비과세 및 감면 제도 53개를 원칙적으로 폐지할 방침이다.

○ 전문가 “개인 혜택만 건드려”

조세연의 보고서는 비과세 혜택 축소의 가장 큰 이유로 “지원 목적을 상실했다”는 점을 꼽았다. 비과세나 세금 감면 혜택은 소외계층의 재산 형성을 위해 마련됐지만 고소득층의 ‘세(稅)테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구 결과를 봐도 고소득층의 비과세 저축 가입률이 저소득층에 비해 높았다”며 “목적을 상실한 비과세 제도는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남아 있는 국내 금융소득 비과세 감면 제도는 14개 항목으로 감면액 규모가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신용카드 공제혜택 축소될듯… 농-수협 저축상품 폐지 검토 ▼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일몰이 도래하는 세제 혜택부터 정비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제도가 세금우대종합저축에 대한 과세 특례. 올해 말로 기간이 만료되는 이 제도는 이자에 9%의 저율 과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특별한 가입 조건이 없어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출자금만 내면 준조합원 자격으로 세제 혜택을 받는 농협, 수협 등의 저축상품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저축상품은 아니지만 올해로 끝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혜택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당초 기재부는 올해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15%에서 10%로 줄일 계획이었지만 국회 반대에 부닥쳐 1년 유예한 바 있다. 기재부 당국자는 “지하경제 양성화 등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며 “한국만 특별히 적용하는 규정인 만큼 앞으로 더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농어민 세제 혜택, 이번에는 줄어들까


민간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 같은 정부 방침이 손쉽게 세수를 늘릴 수 있는 개인세제만 건드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실현을 위해 내년까지 비과세 및 세금 감면을 줄여 3조 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경영학부)는 “비과세 금융상품과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줄일 때 부담이 커지는 주된 계층은 개인, 그중에서도 봉급생활자”라며 “정부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봉급생활자의 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런 혜택을 한꺼번에 줄이면 현금 사용 증가 등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어민을 대상으로 한 조세 감면 혜택 축소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일몰이 도래한 44개 제도 중 32개 제도의 세제 혜택을 없애거나 줄였지만 농어촌 관련 조세 혜택은 하나도 손대지 못했다.

정부가 올해 원칙적 폐지를 선언한 세제 혜택 금융상품 중에는 소득세와 증여세, 상속세 등을 물리지 않는 농어가 목돈마련저축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입된 계좌만 39만 개로 지난해 세금 감면액은 97억 원이다. 농민이나 어민이 사용하는 기자재의 부가가치세 면제와 영농 자녀가 증여받는 농지의 증여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 역시 기한이 올해까지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어민 재산 형성을 돕는다는 상징성이 있어 이들 제도가 없어질 경우 반발이 클 것”이라며 “올해 일몰이 도래한 농가 세제 혜택은 100% 유지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30일까지 각 부처의 조세 감면 제도에 대한 의견을 받은 뒤 세법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비과세#세금#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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