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영 급매물 쌓이며 호가 뚝… 집주인들 “좌초하나”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8일 03시 00분


대법 재건축 사업계획 취소 판결 파장

“집주인들로부터 사업이 중단되는 것 아닌지 묻는 전화가 빗발치네요.”

7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우울한 표정으로 이같이 전했다. 이미 지난달 한 차례 호가가 수천만 원 떨어지는 난리를 겪었지만 이번에는 아예 사업이 중단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대법원의 가락시영아파트 사업시행계획 취소판결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뒤 첫날. 9500여 채의 대규모 신규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가락동 일대 부동산업소에는 연말에 분양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걱정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았다. 일부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자칫 거래가 끊어질지 모른다며 우려했다.

인근의 L공인중개사 대표는 “오늘 오전까지 조합원에게 받은 전화가 벌써 7통”이라며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이상 매매가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고 거래절벽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S공인중개사 대표는 “이미 지난달 급매물을 내놓을 사람은 다 내놓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재건축 규모가 국내 최대인 만큼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추진 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1999년에 이미 재건축을 진행하자며 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시공사를 선정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올해 7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연말 분양에 나서려던 당초 일정은 지난달 초 한 번 주춤했다. 조합이 당초 예상보다 최대 1억 원이 넘는 추가 분담금을 조합원에게 제시하자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조합원 가운데 급매물을 내놓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500만∼1000만 원 떨어졌다. 급매물도 쌓이는 상황이다. 가락시영 1차 아파트 전용 45m²는 1, 2월에 5억9000만∼6억 원에 실거래 됐지만 현재 호가는 5억5000만 원이다. 급매는 5억4000만 원 선까지 내려가 있다.

사업 지연에 따른 이주비용 증가도 문제다. 가락시영아파트 주민들은 2012년 8월 이주를 시작했다. 기존 6600여 가구 중 아직 이주를 하지 않은 곳은 소송을 낸 윤모 씨를 포함해 100여 채. 조합 관계자는 “최근 한 달 금융비용이 40억 원 이상 나가고 있다”며 “사업이 빨리 추진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조합원들의 재건축 이익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고법의 판단을 봐야 한다”며 “고법이 대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따르더라도 구청은 사업시행인가를 다시 내릴지 아니면 조합이 지난해 새로 의결한 계획으로 사업을 진행할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판결로 당분간 실망매물이 늘 수는 있지만 재건축은 시간과의 싸움이고 조합원들의 이주도 대부분 이뤄진 상태라 사업 진행이 조만간 정상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재건축#사업계획#가락시영#급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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