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단 접시에 담긴 갖가지 디저트를 홍차와 함께 먹는 것, 이른바 ‘애프터눈 티파티’다. 나른한 봄날의 오후, 창가에서 햇살을 맞으며 애프터눈 티파티를 즐기는 것만큼이나 호사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19세기 영국의 귀족사회에서 비롯된 애프터눈 티파티가 국내에도 확산되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에서 지난해 애프터눈 티파티를 즐긴 고객 수가 전년보다 5배로 늘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디저트 시장이 커지면서 애프터눈 티세트의 매출이 늘고 있다”며 “최근에는 고객들이 디저트 메뉴 못지않게 차의 종류에도 신경을 쓰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애프터눈 티의 본고장인 영국 버킹엄 궁 인근 ‘인터콘티넨털 런던 파크 레인’의 베이커리의 도움을 받아 디저트 메뉴를 준비했다. 또 ‘차의 주술사(tea shaman)’로 불리는 스티븐 스미스가 만든 차 브랜드인 ‘스티븐 스미스 티 메이커’를 내온다. 차는 얼그레이보다 좀 더 향기로운 ‘로드 베르가모트’, 금빛 캐머마일을 쓴 ‘메도’, 페퍼민트로 만든 ‘스미스 페퍼민트’ 등 7가지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롯데호텔 서울의 티 하우스인 ‘살롱 드 떼’에서는 독일의 차 브랜드인 로네펠트의 차 45가지를 주문할 수 있다. 스리랑카의 고급 다원인 세인트 제임스에서 따온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인도 아삼 지역의 모칼바리 다원에서 채취한 아삼바리, 히말라야 남쪽에서 따온 어린 찻잎으로 만든 스프링 다르질링 등을 제공한다. 살롱 드 떼는 신관 로비 안쪽에 자리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 특히 벽에는 책 2500여 권이 꽂혀 있고 카펫 위에는 책상이 있어 마치 귀족의 개인 서재에 초대되어 차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준다.
JW메리어트호텔 서울의 로비라운지에서는 베르가모트 향을 가미한 얼그레이와 실론 홍차의 풍미를 내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아삼 찻잎과 아이리시 위스키가 조화를 이루는 아이리시 몰트, 복숭아향과 사과향이 어우러진 피치 가든 등을 내온다. 국산차도 있다. 전라도 화개에서 국내 차 명인인 김동곤이 만든 쌍계제다는 재스민 계열의 차로 구수한 맛이 나면서도 꽃향기가 풍긴다. 5월 초순까지는 제철 과일인 딸기를 이용한 디저트도 내온다. 주말에는 무제한 디저트 뷔페로 준비된다.
콘래드 서울의 레스토랑인 ‘37 그릴 앤 바’는 호텔 꼭대기 층인 37층에 위치해 탁 트인 한강과 도시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음료는 프랑스 티 브랜드인 담만 프레르(Dammann Freres)와 커피, 샴페인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디저트는 푸아그라와 송로버섯 등을 사용한 한입 크기의 키슈, 샌드위치, 파이류, 스콘, 와플, 초콜릿 등으로 구성된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호텔의 41층 로비 라운지·바는 계단 모양 디자인의 플레이트에 아기자기한 디저트들을 내오는 게 특징. 라즈베리 마카롱과 딸기로 만든 딸기 파나코타, 레밍턴 케이크에 코코넛 파우더를 입힌 코코넛 큐브, 블루베리 스콘이 나온다. 기본 음료 이외에도 여러 개의 스무디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스무디 테이스터도 포함됐다.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티 칵테일’도 있다. 레몬주스를 기본으로 한 바닐라 실론티와 석류 시럽을 넣은 석류 실론티 칵테일, 로즈 그린 티 칵테일 등 중 선택할 수 있다.
:: 애프터눈 티세트 ::
19세기 영국 귀족사회에서는 저녁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점심을 간소하게 먹었다. 오후 3∼5시가 되면
허기를 달래기 위해 한입 크기로 간단한 요깃거리를 먹었던 게 애프터눈 티세트의 시초가 됐다. 삼단 접시의 맨 아래층에는 스콘과
샌드위치가, 중간층에는 케이크류가, 맨 위층에는 쿠키나 초콜릿, 마카롱 등 과자류가 담긴다. 위로 갈수록 단맛이 강해 아래부터
먹는다. 대개 홍차와 함께 먹지만 기호에 따라 샴페인이나 티 칵테일 등을 곁들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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