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전격 개입해 급락세 속도조절… 전문가들은 “원화강세 용인할 듯”
원-달러 환율 10원 내려가면 현대-기아차 年매출 2000억 줄어
코스피 2014년 들어 처음 2000 돌파
원화 가치가 연일 오르며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자 정부가 외환시장에 전격 개입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석유화학, 전기·전자, 기계업체 등 산업계는 환차손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와 국내 경상수지 흑자 확대, 외국인 자금 유입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정부 개입해 1040원 선 방어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2원 내린 1040.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외환당국의 개입이 소극적일 것이라는 예상에 장중 한때 1031원대까지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환율의 지나친 변동성을 우려한 정부의 개입으로 오후에는 낙폭이 크게 줄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최희남 국제금융정책국장 명의로 “단기간에 시장 쏠림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쏠림현상이 발생할 때는 안정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당국자의 구두 개입 외에도 정부가 직접 달러화를 사들여 환율을 끌어올리는 직접 개입(스무딩 오퍼레이션)이 소폭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 미국의 초저금리 기조 유지에 따른 달러화 약세 흐름, 외국인 자금의 대량 유입 등 최근의 주변 여건을 감안하면 원화 강세의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 때문에 정부가 원화 강세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며 “환율이 102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몇 년간 국부펀드 등 양질의 외국인 자금이 원화 채권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환율이 95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3월 이후 환율이 세 자릿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9.66포인트(0.48%) 오른 2,008.61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3000억 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2,000 선을 돌파했다. 원화 강세가 더는 한국 증시에 큰 악재가 아니라는 해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 수출 비중 높은 업종 비상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자 산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국세청장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환율 하락이) 걱정이긴 한데 잘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345만 대를 생산해 235만 대(68.2%)를 수출했다. 현대·기아차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연간 매출액이 2000억 원 이상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생산 비중이 50%가 넘고 달러 결제 비중을 10년 전 70%에서 현재 40%까지 줄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국내 제조업체의 매출액은 원화 가치가 10% 절상될 경우 3.4% 감소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자동차를 포함한 수송장비와 전기·전자 부문 매출액이 각각 5.2%와 5.0% 줄어들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국내 중소기업들이 올해 평균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환율은 달러당 1066.05원, 적정 환율은 1120.45원으로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10일 기준 환율은 중소기업들이 손익분기점이라고 예상한 수치보다 26원, 적정 환율보다는 80원이나 낮다. 특히 중소기업 가운데 68.4%는 ‘여건상 환 리스크 관리를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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