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사업자 동시 영업정지’, ‘영업정지 기간 불법 보조금 지급 행위 적발 시 최고경영자(CEO) 형사처벌’….
정부가 꺼내든 이런 ‘초강수’ 카드들도 이동통신 시장의 불법 보조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최문기 장관이 이통사 CEO들을 한자리에 모아 “CEO 형사처벌”을 거론하며 엄포를 놓고 이통 3사가 이에 화답해 ‘불법 보조금 근절을 위한 공동 선언문’까지 내놓았지만 실제 시장 상황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이번 주 LG유플러스의 ‘영업정지 기간 중 사전 예약’ 여부에 대해 사실 조사에 나선다. SK텔레콤과 KT가 10일 “LG유플러스가 영업 재개 전 사전예약으로 가입자를 모집하는 불법 행위를 했다”며 미래부에 신고한 데 따른 것이다. 최 장관은 “LG유플러스의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CEO 형사처벌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단독으로 영업을 재개한 5일부터 10일까지 하루 평균 8356명의 번호이동 가입자(경쟁사로부터 옮겨오는 가입자)를 유치했다. 경쟁사는 이 수치가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정상 시장에서 번호이동 점유율이 26%이던 점을 감안해 계산하면 하루 번호이동 3만 건 이상 되는 과열 시장을 초래한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일일 번호이동 적정 기준은 2만4000건이다.
앞서 3월 13일부터 4월 4일까지 단독 영업을 진행했던 SK텔레콤도 영업정지 초반에는 과다 보조금을 자제하다 4월 들어 최고 70만 원 이상의 보조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영업 마지막 날인 4일에는 번호이동 가입자가 1만1972명에 달했다.
정부는 지난해 1∼3월 부과한 ‘1사(社) 순차 영업정지’가 오히려 과열 경쟁을 부추긴다고 보고 이번에는 ‘2사 동시 정지’를 부과했지만 이 역시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영업정지는 ‘금지행위 중지 명령’, 즉 불법 보조금을 쓰지 말라는 정부의 명령을 어긴 데 대해 부과한 것이다. 다시 징계가 내려지면 사상 초유의 ‘불법 행위 중지 명령 불이행에 따른 제재 기간에 또다시 자행된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된다.
이에 대해 한 통신사 관계자는 “아무리 정부가 엄포를 해도 현장에서는 가입자 유치 실적이 우선”이라며 “오히려 ‘숨은 보조금’이 늘어나 차별만 심화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29·여)는 “영세 판매점은 장사를 못하고, 소비자는 평소보다 비싸게 휴대전화를 산다”며 “누굴 위한 영업정지인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대 교수는 “휴대전화 보조금은 과거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산업 진흥을 위해 독려됐지만, 이제는 오히려 소비자 차별을 안겨주는 독(毒)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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