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경남 거제시 옥포로 일대. 1973년 착공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에는 인도음식점, 외국인 전용 바(Bar) 등 외국인을 위한 상가들이 몰려 있었다. 50여 m 길이의 거리에 외국인 전용 바만 13개.
조선소 작업복 차림의 외국인 남성 2명이 자전거를 탄 채 거리를 지나갔다. 파란색 작업복 뒷면에는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 소속임을 뜻하는 알파벳 ‘maersk’가 새겨져 있었다. 택시기사 이덕재 씨(59)는 “옥포로 일대에 외국인 거리가 형성되면서 3년 전만 해도 1주일에 한두 명 정도 택시에 타던 외국인 손님들이 하루 한두 명꼴로 늘었다”며 “거제시도 이제 국제도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 용산구 만큼 많은 외국인
경남 거제시에 외국인 거리가 형성된 것은 대우조선해양 등 현지에 있는 조선업체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플랜트 수주를 늘리면서부터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전체 수주 금액 대비 해양플랜트의 비중이 2003년 24.3%(42억3000만 달러 중 10억3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59.6%(136억 달러 중 81억 달러)로 늘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드릴십,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같은 해양플랜트는 일반 상선에 비해 건조 작업이 복잡하고 신공법이 많이 적용돼 3∼4배 많은 외국인 감독관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선주사 직원 등을 포함하면 현재 옥포조선소에만 세계 80개국에서 온 4500여 명의 외국인이 근무하고 있다.
외국인 직원이 늘면서 거제시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크게 늘었다. 2010년 8080명이었던 외국인 거주자는 지난달 말 기준 11928명으로 늘었다. 전체 거주자 25만4976명 대비 외국인 비율은 4.68%. 외국인이 많은 한남동, 이태원동 등이 속한 서울 용산구의 4.88%(25만1651명 중 1만2270명)에 비해 0.2%포인트 낮은 숫자다.
외국인 급증에 따른 변화는 거제시 곳곳에서 목격됐다. 서간도길 인근에는 거제국제외국인학교 건물 신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2002년 설립된 이 학교(당시 옥포국제학교)는 최근 들어 학생 수가 220여 명에서 370여 명으로 급증해 지난해 2월 학생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 교사(校舍)를 짓기 시작했다. 신축 교사는 다음 달 문을 연다.
외국인의 증가는 다양한 경제 수요로도 이어지고 있다. 거주지 이동이 잦은 글로벌 선주사 직원들의 생활패턴을 반영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렌털하우스 사업을 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신원종합개발은 지난해 8월 외국인 고객을 겨냥한 아파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선박 건조 감독관으로 옥포조선소에서 근무하는 뉴질랜드인 마이클 존 씨(57)는 “거제시에 이사 온 지 나흘 됐는데 외국인들을 위한 시설이 잘 마련돼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 지역 주민을 위한 장(場) 마련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4월 지은 ‘해피니스홀’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해피니스홀 내부에 있는 웨딩홀, 영화관 등은 회사 임직원 외에 지역 주민들도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해 약 4만 명이 해피니스홀에서 영화를 관람했다”며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 나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매년 4∼10월 옥포로 인근 수변공원 내 야외무대에서 뮤지컬, 오페라 공연 등을 선보이는 ‘어울림 콘서트’도 개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거제 지역 재래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거제사랑상품권’ 구매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6년부터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매해 설, 추석 등 명절 때마다 상품권을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올해 설까지 구매한 상품권 금액은 360억 원으로 전체 발행 총액 706억 원의 51%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직원용 식자재로 활용할 농축수산물 90억 원어치를 거제시 현지에서 조달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며 창출한 경제적 유발 효과가 지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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