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점은 책을 통해 다른 장소, 다른 생각, 그리고 다른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상상력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장소다. 희망은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서점 vs 서점(로라 J 밀러 지음·한울아카데미·2014년) 》
책을 파는 것은 다른 유통업의 장사 방식과 달라야 할까. 팽팽하게 의견이 갈리는 이슈다. 서점은 단지 책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문화체험 공간이라는 관념 때문이다. 대형 마트에서 쇼핑카트에 책을 주워 담는 시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도 이 질문부터 출발한다.
저자는 미국사회에서 일었던 ‘책과 치약 논쟁’을 전한다. 미국 서점의 대명사 ‘반스앤드노블’ 창업자 레너드 리지오 이사회 의장이 “책을 치약 팔 듯 팔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엘리트주의자에게 동의할 수 없다”고 한 게 발단이었다. 책이 상징하는 ‘정신적 삶’을 치약처럼 순전히 실용적인 것으로 격하시켰다는 반론이 뜨거웠다.
논쟁의 원인은 대형 체인서점들이 동네서점들과 전혀 다른 판매 전략을 도입한 데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쇼핑몰에 다른 상점과 비슷해 보이는 매장 열기, 슈퍼마켓처럼 환한 조명 켜기, 같은 책을 수십 권씩 쌓아놓기, 요란한 할인 표지판 붙여놓기, 길목마다 특정 책을 진열해 홍보하기 등이다.
책이 치약처럼 많이 팔리는 걸 부정적으로 보긴 어렵다. 다만 저자가 지적하는 문제는 모두가 똑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유형의 책만 출간되는 악순환 구조다. 뉴욕타임스도 지난해 4월 25일자 1면에서 이런 세태를 꼬집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개봉에 맞춰 주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표지에 실린 소설이 재출간되자 1925년 출간 당시의 표지는 서점에서 자취를 감췄다는 것. ‘장삿속’에 책 고유의 맛이 쉬이 여겨진 예였다.
반스앤드노블마저 휘청이는 요즘 체인서점을 공격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래도 “서점 논쟁은 변화하는 세상을 자성시키는 데 중요하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