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불던 주택시장 다시 찬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4일 03시 00분


정부가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하겠다며 ‘2·26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이후 주택 매매 시장에서 고소득층 투자자들의 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오피스텔 등 주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돈이 빠져나가면서 이달 하루 평균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줄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도 3주 연속 하락세다. 자동차, 휴대전화 등 주요 소비품목 수요 증가로 최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경기 회복세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주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돈

13일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들에 따르면 최근 주택 매입 상담이 뚝 끊겼다. 현금성 자산이 많은 부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PB센터에 이런 문의가 준 것은 주택 투자 수요가 줄었다는 뜻이다. 정봉주 하나은행 PB사업부 부동산팀장은 “기존 부동산 투자 고객이 증권사나 보험사에서 나오는 연 6∼7%대의 수익률 높은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자영업자 허모 씨(59)는 최근 세무사와 상담을 한 뒤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전용면적 84m²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 4년간 소유하며 전세(최근 2년 시세 2억2000만 원)를 놓고 있던 아파트였다. 매달 70만 원씩 월세를 받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오피스텔도 처분할 계획이다. 허 씨는 “정부가 임대소득에 과세하기로 해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주택 매입은 줄고 매물은 늘면서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던 부동산시장은 주춤하고 있다.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주 연속 하락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경기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인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4주 연속 떨어졌다.

그 영향으로 실수요를 중심으로 살아나던 부동산시장의 전반적 거래도 위축되고 있다. 서울시의 부동산 실거래 현황을 알 수 있는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하루 평균 거래 건수는 173.7채였다가 2월 273.9채, 3월 298.6채로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4월 들어 249.7채로 지난달에 비해 50채 가까이 줄었다. 특히 강남구 아파트는 3월 20.6채에서 4월 13.2채로 30% 이상 감소했다.

주택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상가는 대체 투자처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공급된 상가는 전국 총 69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곳)에 비해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 임대소득 감추기 ‘꼼수’도 등장


임대시장에서는 과세를 피하기 위한 갖가지 ‘꼼수’도 나타나고 있다. 소득이 없어 월세 세액공제를 신청하지 않아도 되는 대학생, 외국인만 선별해 세입자로 받는 집주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문배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직원은 “대학생 계약자가 나타나면 집주인이 당초 내놓은 월세보다 1만∼2만 원 싼 가격으로 재빨리 계약을 진행한다”고 귀띔했다.

국세청이 확정일자 전산자료를 활용해 세원을 발굴할 예정이라 세입자에게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월세 부담을 낮춰주기도 한다. 경기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김모 씨(29·여)는 원래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62만 원을 냈지만 지난달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보증금을 100만 원으로 낮춘 월세 계약을 새로 맺었다.

주택 명의를 배우자나 무주택자 형제에게 옮기기도 한다. 배우자에게 명의를 옮길 경우 임대소득이 분산돼 소득세 과표기준(구간별 세율 6∼38%)을 낮출 수 있다. 최용준 세무법인 다솔 세무사는 “최근 아내나 형제에게 명의이전을 해 임대소득 과표구간을 낮출 수 있냐는 문의가 많다”며 “절세 효과가 전혀 없는 경우도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 하락세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문근식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 연구원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긴 해도 부동산시장에 주는 충격이 오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거래량의 위축이 가격 조정 폭과 맞물리면 연초에 보이던 회복세가 아예 꺾일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홍수영 기자
#주택 매매#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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