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용품 업체인 ‘패숀팩토리’ 전금규 대표(52)는 보험회사에 다니던 2003년 일본 도쿄의 관광지인 오다이바를 방문했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애견용품점 수십 곳이 모여 있는 거리를 보고 전 대표는 깜짝 놀랐다. 그는 “당시 한국은 애견산업이랄 게 따로 없었는데 일본의 상황을 보니 ‘이거 앞으로 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20여 년간 전산업무를 담당한 그가 2007년 자신의 전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애견용품 업체를 창업한 것도 당시 일본에서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전 대표는 “한국은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노후생활의 여유도 늘어나는 반면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어 반려동물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처음부터 수출에 타깃을 맞췄다. 애견산업이 발달한 서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진출해야 회사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패숀팩토리는 ‘품질’과 ‘브랜드화’에 집중했다. 전 대표는 “당시 한국에는 중국산 저가 제품 또는 남대문시장 같은 곳에서 개인들이 만들어 파는 애견용품이 대부분이었다”며 “옷을 만들 줄 아는 패턴 전문가들을 채용해 다양한 패턴의 애견 의류를 개발하고 ‘퍼피아’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마케팅에도 투자했다”고 말했다.
패숀팩토리는 애견의 몸통 앞부분을 감싸는 애견용 목줄인 ‘하네스’ 제품을 내놓으며 ‘대박’이 났다. 전 대표는 “기존의 애견용 목줄은 사람이 세게 잡아당기면 개의 목에 상처가 날 수 있는데 하네스는 부드럽고 통풍이 잘되는 소재로 개의 몸을 감싸는 방식의 애견 친화적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브랜드로 선진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남다른 노력이 필요했다. 전 대표는 “스위스의 한 대형 애견용품 체인 매장 중 3곳에 처음으로 입점했는데 우리 제품이 팔리지 않자 현지 바이어가 자기 돈으로 물건을 사재기해 가면서 ‘잘 팔린다’는 입소문을 내 판매처를 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차츰 제품의 품질이 입소문을 타고 ‘퍼피아’라는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선진국의 애견용품 시장에서도 점차 패숀팩토리의 제품을 찾는 곳이 늘어갔다.
현재 패숀팩토리의 애견용품은 유럽 고급 백화점의 대명사인 영국 해러즈 백화점에서도 볼 수 있다. 삼성전자, LG전자의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셈이다. 스위스 마노르 백화점에는 한국제품 중 삼성전자와 패숀팩토리의 애견용품만 입점해 있다. 패숀팩토리의 하네스는 샌드라 불럭, 내털리 포트먼, 휴 잭맨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자신의 애완견과 함께 찍은 사진에 등장할 정도로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됐다.
지난해 패숀팩토리 매출 50억 원 중 수출 비중이 80%를 차지한다. 지난해 40여 개국에 370만 달러를 수출했는데 전체 한국 애견용품 수출액의 54%에 이르는 금액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패숀팩토리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전 대표는 “수출을 담당할 인력이 늘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패숀팩토리는 구직 사이트에 수시로 채용공고를 올려놓고 직원을 선발하고 있다. 한국에 온 유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쓰기도 한다.
전 대표의 목표는 패숀팩토리를 애견용품 업계의 ‘삼성전자’로 키우는 것이다. 그는 “1990년대 초반까지도 삼성전자가 이렇게 세계적인 기업이 될 줄 모르지 않았느냐”며 “우리도 애견용품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