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노는 분양 - 매매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1일 03시 00분


새집 청약 후끈, 헌집 거래는 썰렁
착한 분양가에 실수요자 몰려 일부 평형은 ‘153 대 1’ 경쟁률
기존주택 침체로 양극화 가속

11일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문을 연 ‘구서 SK VIEW(뷰)’ 본보기집에는 13일까지 사흘간 1만6000여 명이 다녀갔다. 16일 발표된 청약접수 결과 평균 청약 경쟁률은 28.6 대 1. 전용 64.8m²의 청약 경쟁률은 무려 153.5 대 1이었다. 신동주 SK VIEW 분양소장은 “중소형, 대형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청약자가 몰려 모든 면적형이 1순위 마감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양시장에는 집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매매시장은 냉기가 돌고 있다. 지난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는 일주일 전에 비해 500만∼1250만 원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휴먼시아’ 아파트도 1000만∼1500만 원가량 매매가가 하락했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한아름 부장은 “임대과세 발표 이후 투자 수요가 줄었고 남아 있던 저가 매물도 소진돼 거래시장이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 ‘신규 분양-기존주택 매매’ 시장 양극화 심화

지난해 말 정부가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연초 아파트 거래시장과 분양시장이 동반 호조를 보인 것과 달리 2월 정부의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두 시장이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실수요자가 많은 분양시장은 호조세를 보이는 데 비해 투자 수요가 많은 재건축 위주의 매매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매매시장 침체 계속땐 분양시장도 흔들릴 것” ▼

올해 분양에 나선 아파트들은 청약과 동시에 1순위 마감에 성공하며 ‘대박’을 내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1순위 청약자는 총 10만7759명으로 작년 동기(2만9796명)의 약 3.6배였다. 3순위 청약자를 포함한 총 청약자는 올 1분기 13만468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9648명의 2.7배로 늘었다.

하지만 서울의 아파트 매매시장은 4주 연속 하락하며 달아오른 분양시장과 대조를 이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1% 하락했고 재건축 단지는 0.08% 내려갔다. 재건축단지는 5주째 내림세를 지속했다.

○ 실수요 중심 거래로 ‘디커플링’ 발생

전문가들은 최근 분양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는 것은 주택 시장이 실수요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주택 구입 저리 지원과 유례없는 전세난이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우려해 인근의 기존 단지보다 저렴한 가격에 새 집을 선보이면서 실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재건축 위주의 투자시장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굳이 유지 보수비용이 들어가는 노후 주택을 구입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가점제 폐지, 분양권 전매기간 단축, 부적격자 재당첨 금지기간 완화 등의 관련 제도가 개선돼 실수요자의 청약시장 가세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주택 매매시장의 침체가 지속될 경우 신규 분양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요자로서는 기존 주택이 팔려야 신규 분양에 참여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청약시장도 계속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택 거래에 찬물을 끼얹은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준일 jikim@donga.com·김현진·홍수영 기자
#분양#매매시장#청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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