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몸사린 국내 10大 기업… 유보율 1500% 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1일 03시 00분


회사 내부 쌓아둔 현금 사상최대
롯데그룹 5767%로 가장 높아… 포스코-삼성-현대重-현대車 순

국내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투자하기보다 회사 내부에 쌓아두면서 대기업 유보율이 1500%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대 그룹(자산총액 기준) 70개 상장 계열사의 작년 말 유보율은 평균 1578.5%였다. 2012년 말 1414.2%보다 164.3%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자본금은 총 28조1000억 원으로 1년 전과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잉여금은 444조2000억 원으로 2012년보다 11.3% 증가해 유보율이 높아졌다. 유보율이 1500%를 넘는다는 것은 기업이 자본금의 15배가 넘는 잉여금을 손에 쥐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의 유보율이 높으면 재무구조가 탄탄하다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투자 등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업별로는 롯데그룹의 유보율이 5767%로 가장 높았다. 롯데 소속 6개 상장사의 잉여금 총액은 27조 원으로 자본금(4670억 원)의 58배에 육박했다. 이어 포스코(3937%), 삼성(3321%), 현대중공업(3092%), 현대차(1661%) 등의 유보율이 높았다.

10대 그룹의 유보율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04년 말 600%를 돌파했으며 2007년 700%대, 2009년에는 1000%대를 넘어섰다. 국내 대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유보율을 높여 왔다. 최근에는 저성장의 고착화와 엔화 약세 등에 대비해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유보율을 과도하게 높일 경우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하나대투증권 소재용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이 현금성 자산을 쌓아 재무안전성을 강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성장성과 균형이 깨지는 것은 문제”라며 “국내 기업들이 설비투자, 인수합병(M&A) 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유보율 ::

기업의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회사에 얼마나 쌓아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 이 비율이 높으면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며 배당과 설비 투자여력이 큰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그만큼 투자활동에 소극적이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음.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투자#대기업#유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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