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뷰]찰칵! 느낌이 좋다 추억을 자극하는 아날로그 손맛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1일 03시 00분


음악를 즐기는 오디오 마니아들은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기기는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부분“스피커”라고 답한다. 녹음된 소리를 재생하고 증폭하는 방식은 이제는 디지털이라 차이가 거의 없지만, 스피커는 사람의 귀로 소리를 보내는 ‘아날로그’이기 때문.

카메라도 비슷하다. 디지털 시대에 카메라는 이제 ‘전자제품’이라 불릴 법하지만 아직도 ‘광학기기’로 분류된다. 렌즈가 자연상태의 빛 입자와 파동을 받기 때문이다. 필름을 쓰던 시절, 전문 사진가들에게 카메라는 두 번째 고려사항이었다. 같은 필름을 쓰면 어차피 카메라 메커니즘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렌즈는 사진의 품질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는 이미지센서의 품질과 프로세서의 처리 속도에 따라 기능의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초급 DSLR 유저들은 ‘어떤 카메라를 쓰느냐’를 따지지만, 고급 사용자들은 오히려 렌즈를 더 중요하게 본다. 빛이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바뀌기 전, 렌즈는 그 빛을 처음 어루만져 이미지센서로 이끄는 안내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고급 기종의 렌즈는 장인들의 엄격한 기준과 평가를 거쳐야만 최종 판매가 결정된다.

폰카나 소형 디카를 쓰다가 DSLR를 접하면 뛰어난 화질과 사진 찍는 재미 자체에 빠져든다. 하지만 이내 표현력과 화질에 한계를 느끼곤 한다. 카메라와 세트로 묶여 판매되는 번들렌즈(18-55mm 등)에 한계를 느낀다면 다양한 렌즈로 ‘영역’을 확장해 보는 것이 어떨까. 전문가들은 이왕 렌즈를 ‘업그레이드’하려면 보급형보다는 고급형을 선택하라고 입을 모은다. 고급형 렌즈들이 더 좋은 화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고급 기능과 다양한 화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DSLR 업체인 캐논의 렌즈를 보유한 마니아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번들렌즈의 한계를 느낀 유저들이 처음 ‘입양’하는 렌즈로는 ‘여행렌즈’라는 애칭이 붙은 ‘EF24-70mm f/2.8L II USM’이 꼽힌다. 34∼84도의 화각이라 과하지 않은 광각과 적당한 망원 기능 등으로 자유롭게 찍을 수 있는 데다 가볍고(805g) 빛이 잘 퍼지지 않는 형석을 많이 써 화질이 뛰어나다. 이 때문에 렌즈알 18장으로 구성됐으면서도 단렌즈만큼 밝고 해상도도 좋다. 여행지에서 순간적인 사진들을 찍기에 최적의 렌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박병문 씨는 캐논의 24-70mm 줌렌즈에 대해 “광각 쪽으로 돌려도 왜곡이 거의 없고 농도의 변화가 풍부해 사실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인물사진에 딱 맞다”고 설명한다.

유저들의 진짜 ‘로망’은 또 있다. 바로 ‘EF70-200mm f/2.8L IS II USM’. ‘백통’ ‘아빠백통’ 등 다양한 애칭으로 불린다. 백통은 경통이 흰 색이라 그렇고 아빠가 붙은 이유는 캐논의 4종류의 70-200 렌즈 중 가장 밝고 흔들림방지 기능 등 최고 사양이기 때문이다. 이 두 렌즈에 ‘EF16-35mm f/2.8L II USM’까지 더하면 풀라인업이 완성된다. 16mm 초광각부터 200mm 망원까지 빈틈없는 화각이 된다.

조금 더 욕심을 내는 유저에게는 ‘EF100mm f/2.8L Macro IS USM’을 추천한다. 아마추어의 기본 작업인 ‘야생화’ 촬영에 가장 적합한 렌즈다. 마니아들 사이에선 ‘백마엘’로 유명한데, ‘100mm 마크로 L렌즈’를 줄인 말. 사진작가 박종운 씨는 “백마엘은 클로즈업 뿐 아니라 인물사진과 풍경사진에도 유용한 만능렌즈”라며 “특히 인물의 경우 배경을 뿌옇게 만들기 쉬운데(아웃포커스) 배경과 인물의 경계선은 포토샵 작업으로도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이 있다”고 말했다.
▶알쏭달쏭 렌즈 약어

DSLR 초급자들은 렌즈에 표기된 약축용어때문에 어리둥절하기도 한다. ‘EF70-200mm f/2.8L IS II USM’을 중심으로 약축어를 살펴본다.

▷EF=Electric Focus. 캐논 렌즈 시리즈의 명칭.

▷70-200mm=줌렌즈의 화각을 표시한 숫자로 35mm필름을 쓰던 일안반사식카메라의 초점거리(필름과 렌즈 중심 사이 거리)를 기본으로 설정된 숫자다. 낮을수록 광각, 클수록 망원.

▷1:2.8=렌즈에 처음 들어오는 빛의 양을 '1'이라면, 최종 투과되는 광량이 '1/2.8'이란 뜻. 렌즈의 '밝기'에 대한 표시로 1:x 에서 x 숫자가 낮을수록 밝은 렌즈다.

▷L=캐논의 고급 사양 렌즈에 붙는 표시. Luxury의 약자. 캐논 렌즈 앞 부분에 빨간 테두리를 둘러 눈에 띈다. ▷IS=Image Stabilizer. 떨림 방지 기능.

▷USM=Ultrasonic Motor. 초음파모터는 링 모양으로 렌즈경통 안에 설치되는데 빠르고 전원소모가 적으며 소음이 없다. 캐논의 특허기술.▷AF=Automatic Focusing.

▷077mm=렌즈 앞 부분 지름이 77mm란 뜻. 필터를 장착할 때 알고 있어야 한다.

동아일보 사진부 photo-n@donga.com


#캐논#렌즈#DSL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