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군 입면에는 총 2ha(1ha는 1만 m²) 규모의 파파야와 토마토 하우스 시설이 있다. 시설을 운영하는 네 농가에 금호타이어는 큰 은인이다. 2008년부터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의 폐열을 끌어오면서 연간 2억 원의 난방비를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매출액은 연간 4억여 원. 이 중 한 명인 정재균 씨(49)는 최근 곡성군에서 처음으로 망고나무 300그루를 심었다. 역시 금호타이어 공장 폐열을 활용한다. 정 씨는 “국내에서 아열대 식물인 파파야와 망고를 키우게 된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우리와 같은 혜택을 보는 농가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은 곡성군민에게 ‘동아줄’이나 다름없다. 군민들은 금호타이어가 혹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을까 늘 걱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이전은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는데도 주민들은 “떠나지 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금호타이어가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 주민들 “워크아웃 빨리 벗어나길”
1987년 준공된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은 현재 연간 150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해 약 1조 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군 전체를 통틀어 제조업체가 143개뿐인 곡성군에서 금호타이어는 직원 500명이 넘는 유일한 대기업이다. 지난해 곡성군 전체가 거둬들인 세수 중 약 10%를 금호타이어가 냈다.
금호타이어 직원 수 1787명(정규직 기준)은 군 전체 제조업 종사자 2742명의 65%에 해당한다. 특히 사내 하도급업체까지 포함한 곡성공장 직원 2200여 명 중 500여 명은 지역주민이다.
양병식 곡성군 경제과장은 “금호타이어가 내는 법인세도 많지만 직원들이 쓰는 돈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몫이 꽤 크다”며 “곡성처럼 작은 지역에서 대기업 하나가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곡성공장이 잘 돌아갈 때면 인근 식당가도 북적거린다. 2008, 2009년까지는 공장에서 차로 15분 거리의 옥과면 음식점들도 밤늦도록 손님을 맞았다. 장동춘 곡성군 투자유치팀장은 “2010년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로는 지역 경제도 활력을 많이 잃었다”며 “직원들보다 지역 주민들이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졸업을 더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이 바꾼 것들
한국도시가스는 곡성군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흥미롭게도 한국도시가스는 가스 공급관리소를 인구가 가장 밀집한 곡성읍뿐만 아니라 금호타이어 공장이 위치한 입면과 전남과학대학이 자리한 옥과면에도 1곳씩 모두 3곳에 지었다. 양 과장은 “도시가스업체로선 인구 3만 명에 불과한 곡성군에 공급관리소를 3개나 지을 이유는 없었다”면서 “금호타이어라는 대기업이 있었기 때문에 인구 밀집지역이 아닌 입면까지 도시가스 파이프가 연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입면에 파이프 배관 공사가 끝났고 올해와 내년 각각 곡성읍과 옥과면에도 파이프 설치가 완료된다. 이로써 곡성군 전체 1만4700가구 중 1300가구(8.8%)가 값싼 도시가스를 쓸 수 있게 됐다.
박경석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장(상무)은 “공장에서 벙커C유를 쓸 때는 한 해 에너지비용만 200억 원을 썼다”며 “값싼 도시가스를 공급받게 돼 회사도, 주민들도 좋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곡성공장 인근에 240가구의 사원아파트를 운영하고 있다. 입면의 유일한 초등학교인 입면초등학교는 금호타이어 덕분에 폐교 위기를 모면했다. 현재 이 학교 학생 17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금호타이어 직원들의 자녀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곡성공장 구내식당에서 입면농협을 통해 구매하는 지역 농산물만 매년 3억 원어치에 달한다”며 “회사는 이밖에도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