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취급받던 다리살 최근 들어 인기상승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8일 03시 00분


돼지고기 선호부위 변화

자녀 셋을 키우는 주부 김미자 씨(48)는 최근 삼겹살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았다. 가격은 100g당 2100원이었다. 김 씨는 고민에 빠졌다. 다섯 식구가 삼겹살을 먹을 때면 2kg씩 사곤 했다. 김 씨는 “100g당 가격이 2000원을 넘어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결국 김 씨는 삼겹살 대신 뒷다리살을 1kg 정도 사서 제육볶음을 만들어 먹었다. 뒷다리살의 가격은 100g당 1000원이 되지 않았다.

삼겹살과 목심은 한국인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돼지고기 부위다. 그런데 최근에는 김 씨처럼 삼겹살이나 목심 대신 다른 부위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대체 부위는 앞다리살과 뒷다리살. 삼겹살과 목심에 비해 질기고 고소한 맛이 덜해 수요가 적었던 부위다.

27일 이마트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26일까지 앞다리살의 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62.6%, 뒷다리살은 40.0% 증가했다. 삼겹살이 9.9%, 목심은 8.9% 매출이 늘어난 데 비해 신장률이 가파르다.

이처럼 돼지고기의 부위별 소비에 변화가 생긴 것은 무엇보다 삼겹살과 목심의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삼겹살과 목심의 현재 가격은 100g당 2000원 정도다. 2000원보다 비싸게 팔리는 곳도 적지 않다. 가격이 뛰기 시작한 건 지난달 초부터다. 그 전까지는 1600원 미만이었다. 앞다리살은 800원에서 1080원으로, 뒷다리살은 650원에서 800원으로 올랐다.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한 것은 돼지설사병 등으로 인해 도축 마릿수가 줄어든 탓이다. 3월 이전 하루 6만5000마리 이상이던 도축 양이 현재는 6만2000마리 미만으로 줄었다.

문주석 이마트 축산팀 바이어는 “보통 삼겹살과 목심 가격이 100g당 1700원을 넘어가면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위가 비슷한 비율로 가격이 오르더라도 삼겹살과 목심 가격의 상승 폭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유통업체들은 비선호 부위에 대한 판매를 늘리려 하고 있다. 매장 점원들은 최근 고객들에게 보쌈용으로 삼겹살 대신 앞다리살을 써도 된다고 알려주고 있다. 이런 내용을 모르는 손님이 의외로 많다. 앞다리살에 껍질을 붙여 구이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삼겹살을 구워 먹는 대신 뒷다리살로 불고기, 제육볶음을 요리해 먹는 손님도 늘었다.

삼겹살과 목심에 대한 수요가 앞다리살과 뒷다리살로 옮겨가면 왜곡된 돼지고기 유통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돼지 한 마리에서 삼겹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이지만 매출액 비중은 55%가 넘는다. 반면 뒷다리살의 부위 비중은 30%이지만 매출 비중은 7% 정도에 불과하다.

축산 농가에서는 비선호 부위가 팔리지 않아 생기는 손해를 삼겹살 가격을 올려 받는 식으로 보전해왔다. 업계에서는 비선호 부위의 소비가 늘면 기존 선호 부위에 대한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다리살#돼지고기 선호부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