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른 공기업들의 방만경영 근절과 부채 감축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대 난관으로 지적되던 부실 해외 자원개발 사업 매각이 윤곽을 드러내고 복리후생 제도 개선과 함께 공기업에 경쟁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6개 안팎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매각하고 전력설비 분야의 경쟁 입찰을 확대해 수익성을 크게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사업소별 적정 인력을 재검토하는 등 전면적인 인력 재배치에 나설 계획이다. 부채 감축으로 부실을 털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경영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 해외 자원개발 사업 절반 이상 매각
한전은 우선 부채 감축을 위해 인도네시아 아다로에너지 등 6개 안팎의 해외 광산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한전이 투자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10개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의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한전은 인도네시아 아다로에너지와 바얀리소스 등 유연탄 광산에 대해 먼저 매각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2009년 아다로에너지의 지분 1.5%를 사들이는 조건으로 연간 300만 t의 유연탄을 공급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캐나다 광산업체 데니슨마인과 설립한 우라늄 채광 합작사 ‘워터베리레이크 프로젝트’ 등 우라늄광산 개발사업 역시 매각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이 같은 해외 자원개발 사업 합리화를 통해 1조4000억 원의 부채를 감축하고 자본 생산성을 2017년까지 10%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공기업 정상화 대책에 따라 한전의 경영전략도 해외사업 확대를 통한 성장에서 균형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2020년 해외사업 비중을 30%(29조 원)로 끌어 올리겠다던 당초 계획을 20%(17조 원) 수준으로 조정했다.
그 대신 한전은 대표적인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신재생에너지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 사업을 확대해 얻은 기술과 경험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2713억 달러 수준인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 규모는 2020년에 3492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한전은 2017년까지 전북 고창군 인근 서남해 해역에 40만 kW 규모의 해상풍력 시범단지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 해상풍력 단지가 2020년 완공되면 원자력발전소 2.5기 수준인 250만 kW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또 한전은 2015년까지 남해안 지역에서 100만 k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 입지를 추가로 발굴하기로 하고 현재 전라남도와 함께 입지 타당성을 조사하고 있다.
○ “경쟁 도입으로 생산성 10% 이상 끌어올릴 것”
기존 전력 사업의 진입 문턱을 낮춰 경쟁을 도입하는 것 역시 한전의 주요 생산성 향상 방안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던 전력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경쟁 입찰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자회사인 한전KDN의 업무 범위를 조정해 전력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사업에 단계적으로 경쟁 입찰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또 올 7월 발주할 예정인 ‘차세대 전력판매 시스템 구축’ 사업도 경쟁 입찰에 부치는 등 긴급 복구에 필요한 전력설비를 제외한 분야에서는 경쟁 입찰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다음 달까지 270여 개 지역 사무소의 전력 설비와 업무량을 분석해 사업소별 적정 인력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불필요한 인력이 많은 사업소는 직원을 줄여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또 에너지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매년 매출의 0.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 2017년까지 에너지저장장치(ESS), 해상풍력 분야에서 핵심 전략기술 69건을 확보하기로 했다.
한전 관계자는 “부채 감축, 방만경영 개선으로 경영을 정상화하고 이어 2017년까지는 생산성을 10% 끌어올려 낮은 비용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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