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지키면 손해?… 영업제한 기간인데 휴대전화 보조금경쟁 더 과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7일 03시 00분


令이 안서는 방통위-미래부

‘법 지키면 나만 손해.’

이동통신업계에 이 같은 인식이 퍼지고 있다. 휴대전화 보조금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이를 규정대로 지키면 경쟁사에 가입자를 빼앗기는 걸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사후약방문’식인 정부의 규제정책과 부처 간 불명확한 소관업무 구분이 그릇된 인식을 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단독으로 영업을 재개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9만391명의 가입자를 경쟁사로부터 가져왔다. 하루 평균 1만5000여 명으로 다른 두 이통사가 단독 영업기간 중 유치한 하루 평균 7390명보다 훨씬 많다.

경쟁사들은 “KT가 각종 불법 보조금을 투입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경쟁사 관계자는 “각종 추가 보조금에 임대료 지원을 빙자한 우회적 지원 정책까지 펴면서 일부 단말기에 보조금 상한액인 27만 원을 훌쩍 넘는 80만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저가 스마트폰 판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을 앞둔 성수기 효과 등이 겹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불법 보조금 ‘폭로’와 ‘반박’은 공식처럼 되풀이돼 왔다. 앞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단독 영업 때에도 비슷했다.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처벌로 진행되는 영업정지가 오히려 불법 보조금 논란을 키우는 것.

앞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이통사 최고경영자(CEO)들을 한자리에 모아 “CEO 형사처벌”을 거론하고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도 “아플 정도로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과열 보조금 논란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다. 이통사들이 가입자 유치로 얻는 이득이 제재로 인한 손해보다 훨씬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이통사들의 이런 과열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보조금 시장 과열이 시작되는 시점이 아니라 한껏 심각해지고 난 후에야 조사와 제재를 진행한다고 비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열 보조금 촉발 단계에서 제재가 이뤄져야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지만 방통위는 현재까지 이통 3사 모두 경쟁에 내몰리는 단계에서 뒤늦게 개입해왔다”고 말했다.

부처 간 불명확한 업무 분담도 규제 약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다. 이번 영업정지 기간에도 ‘불법 예약가입’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불법 보조금 지급’은 방통위가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두 부처가 수차례 불법 보조금 방지에 힘을 모으겠다고 합의했지만 만연한 불법 보조금에 대한 책임은 서로 회피한다”고 지적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휴대전화 보조금#방통위원회#미래창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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